패럴림픽 불운 딛고 3번째 대회서 우뚝
"회사 그만두고 2년간 간호해 준 큰 누나, 고마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거머쥔 장애인 사격의 간판 박진호(47·강릉시청)가 한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박진호는 10일 발표된 대한장애인체육회 출입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29표 중 23표를 받아 정호원(5표·보치아), 김황태(1표·트라이애슬론)를 여유 있게 제치고 최다 득표의 영예를 안았다.
박진호는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제공하는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AV4 하이브리드'를 받는다.
한국시간으로 9일 막을 내린 이번 파리 패럴림픽에서 박진호는 지난 달 31일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고, 3일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가 패럴림픽에서 다관왕에 오른 건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조기성(수영·3관왕) 이후 8년 만이다.
박진호는 체육대학에 재학 중이던 2002년 가을 낙상 사고로 척수 손상을 입어 하지가 마비됐다.
이후 스포츠인의 꿈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알아보다가 큰누나 박경미 씨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총을 들었다.
군 복무 시절 총을 잘 쏴서 저격 집체 교육을 6개월 동안 받은 기억도 떠올렸다.
박진호는 이후 피나는 노력 끝에 한국 최고의 장애인 사격선수가 됐다.
그는 장애인아시안게임, 세계장애인사격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정점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패럴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유력한 2관왕 후보로 꼽혔으나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 파리 무대에서 금메달 획득의 꿈을 이뤘고, 더 나아가 한국 선수단 MVP까지 올랐다.
박진호는 지난 8일 파리 시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첫 금메달을 딴 뒤 조금씩 컨디션이 악화했고, 두 번째 경기가 열린 날 오전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며 "다행히 약을 먹고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입사 첫 경기는 초반에 조금 흔들렸는데, 원래 첫 경기가 잘 안 풀릴 때가 많다"며 "첫 경기 첫 시리즈(5발)가 힘들었지만, 다른 선수들과 점수 차가 크지 않아서 나 자신을 믿고 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몸에 열이 많은 박진호는 더위와도 싸웠다.
그는 "(실내 경기장에서 하는) 결선에 들어가기 전에 대기실에서 냉각 조끼를 입었다"며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진호는 큰 누나 박경미 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다치고 난 다음 날 누나가 회사를 그만두고 병간호를 해줬다"며 "2년 넘게 내 옆에서 함께 해줬는데, 금메달을 따니 가장 좋아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금메달 2개를 목에 걸고 인터뷰하던 박진호는 파리 시민들의 열렬한 응원과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친 박진호는 수십 명의 파리 시민들의 촬영 요청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응했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