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경추 장애, 재활 중 만난 아내 강혜경 씨가 로더로 나서
(파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철재(42·경기도장애인사격연맹)가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5 혼성 공기소총 복사(스포츠 등급 SH2) 결선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철재는 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R5 혼성 공기소총 복사 결선에서 147.0점을 쏴 7위에 올랐다.
본선에서는 637.1점으로 드라간 리스티치(638.4점·세르비아), 아누손 차이참난(637.5점·태국)에 이어 3위에 올랐지만, 결선에서는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공기소총 복사는 비장애인 사격에 없는 종목으로, 받침대를 사용할 수 있고 입사와 달리 남녀 구분 없이 혼성으로 겨룬다.
SH2(경추 장애) 복사 종목에서는 국제장애인사격연맹(WSPS) 규정에 맞는 받침대에 양 팔꿈치를 의탁해 사격할 수 있다.
공기소총 결선은 총 8명의 선수가 출전해 먼저 10발씩 쏘고, 이후 두 발씩 사격한 뒤 합계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한다.
이철재는 첫 10발에서 104.4점을 쏴 미즈타 미카(104.8점·일본)에 이어 7위를 했다.
8위에 머문 로베르토 라차로(이탈리아·124.7점)가 먼저 탈락하자, 이철재는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14번째 발을 쏘고 차이참난과 슛오프를 치렀다.
14번째 발에서 차이참난이 10.2점으로 미끄러져 10.8점을 쏜 이철재와 147.0점으로 동점이 돼 슛오프가 성사됐다.
이철재는 차이참난과 첫 번째 슛오프에서 나란히 10.5점을 쐈다.
두 번째 슛오프에서 승부가 갈렸는데, 이철재는 10.6점을 쏘고 차이참난은 10.7점을 쐈다.
고교 시절 교통사고로 경추 장애를 입은 이철재는 재활 중 탁구로 장애인체육을 시작했다가 손목에 부담을 느껴 2019년 사격으로 종목을 바꿨다.
사격을 통해 전환점을 맞은 그는 2023년에 열린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R5 혼성 공기소총 복사 금메달과 R9 혼성 50m 공기소총 복사(SH2)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리에서는 개인 처음으로 패럴림픽을 치렀다.
이철재는 4일부터 열리는 R9 혼성 50m 소총 복사(SH2)에서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철재는 "매우 아쉽다"며 "파리에 오기 열흘 전부터 자세가 변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사전 캠프에서도 바로잡지 못해 결선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곱씹었다.
이어 "로더(경기 보조)가 포지션을 잡아주고 나서 팔꿈치를 놓으면 어느 정도의 시간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데 계속 매초 팔꿈치가 빠졌다"며 "총의 지향이 계속 바뀌어서 격발 순간 조정이 벗어나 10.2점, 10.3점이 나왔다. 다시 연구해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돌아봤다.
이철재의 로더는 아내 강혜경 씨다.
이철재는 "사고를 당하고 2002년 청주 재활시설에서 봉사자였던 아내와 만나 결혼했다"며 "가슴 밑으로는 감각이 없어서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아내가 24시간 붙어 있다가, 로더로 함께 경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패럴림픽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이철재는 이미 사격을 통해 성취감을 맛봤다.
그는 "신체적으로 전 세계에서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심각한 장애를 안고 있다"며 "주변에서 '쟤는 장애가 심해서 안 된다'고 무시하기도 했다. 그런 어려움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직 파리 패럴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할 기회도 있다.
이철재는 "시간이 많이 있지는 않지만, 문제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며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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