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1개, 은 2개 딴 크로슬리 향해 미국 수영 스타 "공정하지 못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미국 장애인 수영 선수 크리스티 롤리 크로슬리(37)는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3개나 따고도, 미국 수영 대표팀 동료들의 축하를 받지 못했다.
크로슬리는 5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파리에서 육상, 좌식 배구, 트라이애슬론 등 다른 종목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출전 자격과 장애 등급 논란'이 크로슬리를 몇몇 장애인 수영 선수들과 멀어지게 했다.
크로슬리는 8월 30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경영 여자 자유형 50m(스포츠등급 S10)에서 은메달을 땄고, 4일 배영 100m(S9)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일 자유형 100m(S9)에서는 은메달을 추가했다.
하지만, 크로슬리는 축하만큼이나 비판을 많이 받았다.
특히 수영장에서 마주치는 동료들의 비판에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크로슬리가 8월 29일 여자 자유형 50m 예선에서 27초28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순간부터 논란이 불거졌고,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상식에서는 다른 메달리스트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지만, 온라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컸다.
패럴림픽 수영은 스포츠등급을 14개로 나눈다.
지체장애는 S1∼S10, 시각장애는 S11∼S13, 지적장애는 S14로 분류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불편함이 크다.
크로슬리는 스포츠등급 S10과 S9 경기에 나섰다.
비장애인 수영 선수였던 크로슬리는 2007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과 허리에 디스크탈출증을 앓았다.
2008년에 보행자로 또 한 번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후 뇌에 비암성 종양이 생겨 신체 왼쪽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
미국 대학 수영에서 주목받던 선수였던 크로슬리는 그렇게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었다.
크로슬리의 불행은 이어졌다.
2018년 12월에는 아들이 눈덩이라고 생각한 얼음덩이를 크로슬리에게 던져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다.
치료 과정에서 뇌에 혈액 종양의 출혈이 발견됐고, 신체 왼쪽이 마비되는 증상을 앓았다.
크로슬리는 2019년 1월에 뇌종양을 제거했다.
이후 수영을 취미로 즐기던 크로슬리는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수영 경기를 보며 자신이 패럴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파리에서 패럴림픽에 데뷔했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크로슬리를 반기지 않았다.
세계장애인수영연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자 자유형 50m 예선에서 크로슬리가 27초28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을 전하자, 같은 종목에 출전한 사라이 모레노(스페인)는 "S9? 농담이죠?"라고 댓글을 남겼다.
모레노의 댓글 아래에는 패럴림픽에서 메달 30개를 딴 장애인 수영의 간판 제시카 롱(미국)이 "나는 당신 편"이라고 동조했다.
미국 패럴림픽 수영 대표팀 동료인 롱마저 신체적인 불편함이 덜한 크로슬리의 기록 달성을 축하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롱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패럴림픽은 더 정직해야 한다. 자신의 상태를 허위로 알리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며 크로슬리의 패럴림픽 출전에 관해 비판적으로 말했다.
모레노는 "패럴림픽 수영은 점점 불공평해지고 있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지 못한다면, 묵묵히 노력하는 순수한 선수들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크로슬리처럼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는 선수에게는 자신의 불편함을 증명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패럴림픽선수단은 "우리는 내부 문제를 잘 해결했고, 우려할만한 상황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로슬리와 동료들의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다.
크로슬리는 "누군가의 잣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내 장애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내 머리에 난 구멍을 그들에게 매일 보여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원한다면 내가 삭발을 할 테니, 내 머리에 난 구멍과 움푹 파인 곳을 보라"라고 항변했다.
이어 크로슬리는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신하고 있다. 최소한 패럴림픽 출전 자격을 갖췄고, 누구보다 패럴림픽 출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크로슬리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고 전했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12: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