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사이클 훈련하다가 심각한 사고 당해…"부모님의 눈물이 날 살렸다"
(파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비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선수였던 알렉사 리리(23·호주)는 3년 전 사이클 훈련 중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사는 리리의 부모에게 "딸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아버지 러셀 리리는 점쟁이를 찾았고, 점쟁이는 "지금 딸이 '패럴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하네요"라고 말했다.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수영 경영 여자 자유형 100m(스포츠등급 S9)에서 59초53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리리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내가 해냈다. 점쟁이의 말처럼 내가 여기에 있다"라고 감격을 표했다.
리리는 2021년 7월 트라이애슬론 훈련 중 사이클로 시속 70㎞로 달리다가 앞에 달리던 사이클과 충돌했다.
머리가 먼저 땅에 떨어져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었고, 다리도 크게 다쳤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아서 이렇게 패럴림픽에 출전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사고 당시 리리는 폐에 구멍이 났고, 뼈가 여러 개 부러졌다. 오랫동안 의식도 찾지 못했다.
리리는 "부모님의 눈물이 내 생명을 구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직장에 사표를 내고서 6개월 동안 나와 병원에 있었다"며 "특히 아버지는 병원 내 침대 옆에 무릎 꿇고 앉아 기도했다"고 전했다.
111일 동안 병원에서 지낸 리리는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장애를 극복했다.
달리기와 사이클 훈련이 불가능한 몸 상태여서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뛸 수는 없었지만, 수영에는 문제가 없었다.
리리는 "매일 거울을 보며 긍정적인 말을 했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은 무산됐지만, 리리는 파리에서 패럴림픽 데뷔전을 치렀고 자유형 100m와 혼성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 2개를 따냈다.
그의 아버지 러셀과 어머니 벨린다는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딸이 패럴림픽 2관왕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리리는 "아버지에게 휴지가 많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14:4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