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파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시각장애 유도선수 이민재(33·평택시청)가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4위에 올랐다.
이민재는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개인 60㎏급(스포츠등급 J2) 동메달 결정전에서 코바라 다비드(우크라이나)에게 한판패를 당해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그는 경기 시작 28초 만에 띄어치기 절반을 내뒀다.
이후 몸싸움을 이어가던 이민재는 1분 17초에 허벅다리 되치기로 절반을 허용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민재는 8강에서 마르케스 다 실바(브라질)를 안다리 걸기 한판승으로 꺾었으나 준결승에서 나모조프 셰르조드(우즈베키스탄)에게 어깨로 매치기를 허용해 한판패 했다.
경기 후 이민재는 "기회가 왔는데 잡지 못해서 아쉽다"며 "상대 선수가 힘이 좋아서 체력전으로 가려 했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8세 때 수막염으로 장애를 입은 이민재는 초등학생 때 씨름부에서 운동하다가 스무 살에 진로를 고민했고, 장애인 유도를 시작하게 됐다.
유도를 배운 지 얼마 안 된 201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한 뒤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개인전 3위,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개인전 2위 등을 차지하며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유독 패럴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처음으로 출전한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 개인전 5위에 그쳤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잠시 운동을 그만뒀던 이민재는 패럴림픽 메달에 한이 맺혀 다시 도전에 나섰다. 오는 12월 태어날 아기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민재는 "2022년에 결혼했고, 아기가 생기면서 책임감이 강해졌다"며 "아빠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더 악착같이 준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1위 할 수 있다고, 늘 챔피언이라고 불러주시는데 매우 미안하다"며 "아내도 안 다치면 된다고 했지만, 메달을 땄으면 더 좋아했을 텐데 아쉽다"고 울먹였다.
패럴림픽 유도 종목은 크게 시각장애, 청각장애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시각장애 종목에 이민재와 김동훈(25·예금보험공사), 2명이 참가했다.
김동훈은 7일 경기를 치른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6 04: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