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플랜티스 10초37로, 10초47에 달린 바르홀름 꺾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남자 장대높이뛰기와 허들 400m 세계기록을 보유한 육상 스타 두 명이 '100m'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세계 육상 팬들 사이에서 '세기의 대결'으로 기대를 모은 이번 승부의 승자는 '장대' 아먼드 듀플랜티스(24·스웨덴)였다.
듀플랜티스는 5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카르스텐 바르홀름(28·노르웨이)과의 100m 대결에서 10초37에 레이스를 마쳤다. 바르홀름의 기록은 10초47이었다.
듀플랜티스는 출발부터 바르홀름에게 앞섰고,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선 앞에서는 옆을 바라보는 여유도 보였다.
경기 뒤 듀플랜티스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정말 기분이 좋다. 어떻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이제 누구도 나를 놀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바르홀름은 "듀플랜티스가 나를 이겼다. 아주 공정하고 훌륭한 레이스였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자신의 종목은 아니었지만, 두 세계기록 보유자는 진지하게 100m 대결을 준비했다.
듀플랜티스는 "파리 올림픽이 끝난 뒤 나는 장대를 잡지 않고, 100m 스타팅 블록만 만졌다"며 "나는 100m 달리기를 정말 좋아한다. 솔직히 이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바르홀름은 "400m 허들과 단거리의 스타팅 블록 사용법이 다르다. 나는 내가 블록을 차는 영상을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에게 보내 조언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듀플랜티스는 볼트 은퇴 후 가장 인기 있는 육상 스타로 꼽힌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실내외 통합 세계 1∼10위 기록을 보유했고,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6m25를 넘으며 우승했다.
바르홀름은 남자 400m 허들에서 유일하게 45초대 기록(45초94)을 보유한 선수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47초06으로, 46초46에 달린 라이 벤저민(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듀플랜티스와 바르홀름은 지난해 8월 30일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 공식 기자회견에서 '100m 달리기는 누가 빠를까'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서로 자신이 빠르다고 목소리를 높인 둘은 "파리 올림픽이 끝난 뒤에 한 번 붙어보자"고 했고, 올해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를 하루 앞두고서 실제 대결이 성사됐다.
바르홀름의 남자 100m 개인 최고 기록은 2017년에 작성한 10초49다.
듀플랜티스는 2018년에 10초57을 찍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초속 2.1m의 바람이 등 뒤로 불었다. 육상 100m는 바람이 초속 2.0m 이하로 불어야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다.
지난해 듀플랜티스는 "내가 언더도그(약자)로 보이겠지만, 실제 승부에서는 내가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듀플랜티스는 '100m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바르홀름을 꺾었다. 바르홀름도 자신의 기록은 넘어섰지만, 듀플랜티스보다는 느렸다.
경기 뒤 듀플랜티스는 바르홀름에게 노란색 스웨덴 셔츠를 건네며 "6일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400m 허들 경기에 입고 뛰라"고 요구했다.
100m 대결 승자가 패자에게 내리는 벌칙이었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07: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