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총회에서 36개국 가운데 찬성 14표에 그쳐 부결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하계올림픽 무대에서 복싱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둘로 갈라진 세계 복싱계도 좀처럼 의견을 합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복싱연맹(ASBC)은 지난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에서 임시 총회를 열어 월드복싱(WB) 단체 가입 여부를 표결했다.
총회에 참석한 36개국 가운데 찬성은 14개국에 그쳤고, 21개국은 반대했으며, 1개국은 기권해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현재 세계 아마추어 복싱계는 78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제복싱협회(IBA)와 신생 단체 WB로 양분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배구조와 윤리 등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IBA의 국제기구 승인을 철회했고, 2020 도쿄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을 직접 관장했다.
또한 IOC는 복싱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는 정식 종목에서 뺄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IBA는 러시아 출신 우마르 크렘레프가 회장으로 취임한 뒤 IOC와 사사건건 각을 세운다.
IBA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고 주장해 실격시킨 이마네 칼리프(알제리)와 린위팅(대만), 2명의 여자 복서는 파리 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기간 IOC는 이들 두 선수가 "명백한 여성"이라고 감쌌고, IBA는 칼리프에게 파리 올림픽 1회전에서 패한 선수에게 금메달 상금을 주겠다고 공표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WB는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이 자금줄을 쥔 IBA에 대항해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돼 설립한 신생 단체다.
지난해 11월 창립총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출범한 WB는 IBA를 대신해 IOC로부터 올림픽 복싱 단체로 인정받는 걸 목표로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복싱 종목의 올림픽 존폐 갈림길에서 WB에 힘이 쏠리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IBA는 가즈프롬으로부터 받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회원국 이탈을 막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중요성이 떨어지는 국가에서는 거액의 상금을 내세운 IBA에 잔류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
이번 아시아복싱연맹 총회에서 WB 단체 가입 투표가 부결된 것도 이러한 분위기에 러시아와 정서적으로 가까운 구소련 출신 국가들이 무더기로 반대표를 던진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미 지난 7월 IBA에서 탈퇴하고 WB에 가입한 대한복싱협회는 이번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IBA를 떠나 WB에 가입한 아시아 국가는 우리나라와 부탄, 대만, 인도, 몽골, 파키스탄, 필리핀, 싱가포르를 합쳐 8개국이다.
지난달까지 WB에 가입한 국가는 총 42개로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IBA는 여전히 165개국을 거느린 단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만 WB에 가입해 좀처럼 세를 늘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4b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2 15: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