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진 "두려움보다 설렘…내년에 한 단계 성장해 있길"
(수원=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남자배구 최고의 미들블로커 신영석(37·한국전력)과 국가대표 간판 허수봉(26·현대캐피탈)이 새 길을 개척하는 후배 이우진(19·베로 발리 몬차)을 응원했다.
이우진은 지난해 11월 연습생으로 이탈리아 남자배구 명문 팀인 몬차에 입단해 올해 3월 정식 계약했다. 한국 고교 선수 최초로 유럽 리그에 직행한 사례다.
몬차가 지난 7일부터 이틀간 대한항공과 팀 KOVO를 상대로 치른 한국·이탈리아 남자배구 글로벌 슈퍼매치가 이우진의 데뷔전이었다.
이우진은 7일 대한항공전에선 블로킹과 서브 에이스 1개씩 곁들인 8득점(공격 성공률 40.00%)을 올렸고, 8일 팀 KOVO엔 블로킹 3개를 뺏어내며 9득점(공격 성공률 31.58%)으로 활약했다.
결과는 팀 KOVO의 3-0(25-21 25-21 25-18) 압승이었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눈부신 활약이다.
이제 이우진은 이탈리아로 돌아가 데뷔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나선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신영석은 "만약 20년 전의 저였다면 정말 무섭고 두려웠을 것 같다"면서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이겨내서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를 제패한 뒤 국내 복귀해 여자배구의 흥행을 이끈 김연경(흥국생명)을 입에 올렸다.
신영석은 "이우진도 김연경 선수와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한국에 돌아와 V리그에 기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허수봉은 자신이 '이우진의 초중고 선배'라고 밝히며 후배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허수봉은 "우진이가 고등학생 때 모교에서 연습경기를 해보면 떡잎부터 달랐다. 보통 고등학생이 아니었다"면서 "쉽지 않은 길인데 대견하다. 다치지 말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수봉은 해외 진출을 권유하는 신영석의 말에는 "막상 결정하기 쉽지 않더라. 생각은 있다"고 답했다.
짧은 고국 여행을 마친 이우진은 이미 선배들의 격려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심지가 굳은 모습이었다.
이우진은 "언어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두렵긴 하지만, 가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오퍼가 왔을 때도 '세계 최고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긴장보단)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우진은 1년 뒤를 떠올리며 "생활적인 부분에서 언어가 지금보다 나아지면 좋겠고 배구 전체적으로 한단계 성장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국에서 프로 진출했을 때의 기회비용이 떠오르진 않냐는 말엔 "저는 아직 젊다. 2년 계약이 끝나더라도 대학에 다녀오는 친구랑 똑같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 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bing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8 22: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