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저, 그렇지(무섭지) 않은데 하하하."
'카리스마'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가장 많이 수식했을 단어다.
선수 시절 그는 대표팀의 '캡틴'이자 최후방을 지키는 리베로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동료들을 이끌었다.
지도자로서도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때로는 거칠게 화도 내 가면서 선수들을 휘어잡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작성했다.
A대표팀 감독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도전할 때도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주목받았다.
홍 감독은 프로축구 울산 HD를 지휘하면서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들을 만날 때면 자신의 '섬세한 면모'나 '부드러운 성격'을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팀의 후배들은 그를 일단은 '무서운 형'으로 인식한다.
브라질 월드컵 뒤 대표팀에 중용되기 시작했고, K리그 무대에서도 홍 감독과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대표팀의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홍명보호의 첫 훈련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 조금 무서웠다. 옛날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홍 감독으로부터 받은 첫인상을 전했다.
이재성은 홍 감독이 규율과 선수들의 태도를 중시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이 선수 입장에서는 "조금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홍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무서운 이미지'는 실제와 다르다고 강변했다.
이재성의 반응을 전해 들은 홍 감독은 "내가 선수들이 스스로 잘하면 특별히 얘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보니 내 이미지가 조금 그럴(무서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가 더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또 "함께 생활한 선수들이 몇 명 있으니까 내가 직접 얘기하기보다는 그 선수들이 (내가 무섭지 않다는) 얘기를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10년 전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와 비교해 대표팀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은 유럽에서도 '스타 대접'을 받는 특급 선수들이다.
지도자에게 '수평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다.
과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홍 감독 역시 시대의 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홍 감독은 그동안 축구 현장을 떠나지 않았기에 이런 변화를 잘 알 터다.
이날 홍 감독은 선수단 운영과 관련한 취재진의 각종 물음에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서 어떤 방향이 팀에 도움이 될지 논의하겠다'는 취지의 답을 여러 번 했다.
10년 전 홍명보호의 '규율'을 상징하는 풍경이었던 '정장 차림 소집'도 이젠 없을 거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해외파와 국내파 간 갈등이라든지 여러 문제가 있었다. 양복을 입으면서 어떤 마음으로 대표팀에 들어가야 할지 생각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 전부 해외에서 오는데 (양복 입고 오라고 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비행기 시간도 있는데 말도 안 된다"면서 "난 좀 더 자유스러우면서도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규율이 있는 걸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이 대표팀 소집 때마다 정장을 입고 온다면 (정장 차림 소집을 하는 방향으로)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농담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2 18: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