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자기가 임명한 스포츠공정위원에게 자신의 연임 심사 맡기는 건 비상식적"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에 불공정한 임원의 연임 허용심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체육회 정관 등 각종 제도를 통해 문체부가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할 것으로 점쳐지는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의 출마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대한체육회 정관과 이를 준용하는 회원단체의 정관을 보면, 임원은 1회에 한해 임기를 연임할 수 있으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종목단체, 지방체육회 스포츠공정위)의 심의를 거쳐 임기를 더 연장할 수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임원의 '재정 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 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해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에 한해 연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체부는 이를 두고 회장이 임명 또는 위촉한 스포츠공정위원에게 자신의 임기 연장을 심의받는 절차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하고 연임의 허용 기준도 체육회 정관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이 임기 연장을 위해 스포츠공정위에 심의를 신청하는 경우, 자신이 임명한 위원에게 자기 연임제한 허용 심의를 맡기는 일이 발생한다며 임기 연장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 엄격한 심사가 필요한데도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은 심사의 일반법 원칙인 '제척·기피·회피'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문체부는 아울러 스포츠공정위의 임원 연임 심의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정성 평가의 비중이 50%에 달하며,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매우 낮고 심사에 통과 점수 기준이 없어 자의적 심사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봤다.
체육회는 '종목 단체나 지방 체육회에서 임원을 맡을 만한 인물이 부족하며, 시군구 체육회장들은 자기 돈을 내고 봉사하는 분들인데 이들의 연임을 심사할 공정위원회를 일일이 다 만들 순 없다'며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거치도록 한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한 정관 개정안을 지난 7월 가결하고 주무 부처인 문체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이를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으로 탄생한 통합 체육회의 초대 수장으로 선출된 이기흥 회장은 2021년 초 선거에서 재선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2025년 1월에 열리는 체육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가장 먼저 밝힌 가운데 이 회장도 세 번째 임기 도전을 타진 중이다.
한편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 상향도 권고했다.
이는 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가 회원단체 임원의 징계를 관할하라는 올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라는 요구라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두 단체는 징계관할권은 각 단체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수용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문체부는 양 단체가 이미 회원단체에 광범위한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임원의 징계관할권만 자율성을 이유로 직접 징계하지 않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는 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에 9월 말까지 권고 이행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고 후속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any9900@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09: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