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카트[오만]=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역시 오만 무스카트는 홍명보 감독에게는 좋은 기운이 서린 땅이었다.
홍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끝난 오만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팬들의 지지를 못 받으며 선임된 데다 안방에서 치른 '약체'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서 무승부에 그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던 홍 감독과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도전을 불안하게 시작한 한국 축구 모두에 '반가운 첫 승리'다.
한국 축구의 굴욕이었던 '오만 쇼크'의 아픔을 21년 만에 날려버린 것도 성과다.
한국은 2003년 10월에 열린 2004 중국 아시안컵 최종예선 오만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해 팬들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 경기가 열린 곳도 술탄카부스 경기장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에게 무스카트는 외려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서막을 연, 기분 좋은 장소였다.
2002 한일 월드컵 뒤 은퇴한 홍 감독은 오만 쇼크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그가 무스카트에 간 건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던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때였다.
홍 감독은 그해 2월 무스카트 근교의 알시브 경기장에서 열린 최종예선 5차전에서 오만을 상대로 3-0 대승을 지휘, 런던행을 조기에 확정하고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홍명보호는 그해 여름 본선 무대까지 여세를 몰아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작성한다.
이날 2만7천여 관중이 들어찬 술탄카부스 경기장은 오만 팬들의 응원 소리로 가득 찼다.
오만축구협회는 일부 고급 좌석을 제외한 대부분 좌석을 '공짜'로 푼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오만은 끝까지 공격의 고삐를 풀지 않았고, 한때 1-1까지 만드는 등 한국을 괴롭혔다.
수은주가 34도까지 치솟은 더위도 태극전사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똘똘 뭉쳐 첫 승리를 만들어냈다.
홍 감독의 후반전 교체 카드도 주효했다.
홍 감독이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준 것도 주효했다.
오만의 반격이 거세던 후반 23분 오세훈(마치다) 대신 이재성(마인츠), 설영우 대신 황문기(강원)를 투입했고, 이후 한국은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그 흐름이 손흥민(토트넘)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이날 승리로 한숨 돌렸을 뿐인 홍 감독이다. 여전히 안심할 시점은 아니다.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은 그를 향한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적대적이다.
울산 HD를 17년 만의 K리그1 우승으로 이끌고 2연패까지 지휘한 그를 상당수 팬은 '전술적으로 실력이 부족한데도 축구협회 인맥으로 사령탑에 앉은 낙하산'으로 매도한다.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내로라하는 스타들로 꾸려진 국가대표팀을 지휘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음달 A매치 기간 월드컵 3차 예선 3·4차전(10일 요르단과 원정경기·15일 쿠웨이트와 홈경기)을 앞두고는 국회에 출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가 홍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절성 등을 들여다보겠다며 감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오는 24일 현안질의에 홍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만약 홍 감독이 이 자리에 출석한다면 국회의원들의 날 선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가까스로 첫 승을 올렸으나 여전히 첩첩산중에 놓인 홍 감독이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01: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