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전 3-1로 이겼지만…설영우 반칙·정승현 자책골로 결국 실점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서 나타난 전술적인 허술함을 털어내기 위해 새로 출범한 홍명보호에서도 '수비 불안'은 여전하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현지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B조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오만을 3-1로 제압했다.
오만(76위)은 우리나라(23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3계단이나 낮은 팀이다.
하지만 1-1로 맞서던 후반 37분 간판 공격수 손흥민(토트넘)이 개인 기량을 발휘해 왼발 슈팅으로 결승 골을 터뜨리기 전까지 경기 양상은 답답했다.
지난 5일 96위 팔레스타인과 득점 없이 비긴 1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으로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과 상당 시간 '팽팽한 경기'를 펼친 셈이다.
2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지난 7월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클린스만호 시절보다 발전한 경기력을 기대한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으로 이어지는 해외파 공격진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팔레스타인전 침묵하자 홍 감독은 기동력이 뛰어난 황희찬(울버햄프턴)을 2선에 배치해 공수 전환 속도를 끌어올렸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린 황희찬은 몇 차례 특유의 저돌적인 드리블로 빠르게 중앙선 부근에서 페널티지역까지 공을 운반하며 홍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을 중심으로 공 점유율을 66%까지 끌어올린 한국은 대부분 시간을 상대 후방에서 플레이했다.
오만을 수세로 몰아넣는 동안에는 자동으로 수비가 이뤄졌다. 후방에 몰린 상대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만은 간혹 중앙선을 넘어와 홍명보호 수비진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고, 실제 득점에도 성공했다.
한국은 전반 중·후반 공세를 편 오만에 실점했다. 전반 추가 시간 왼 측면을 돌파하는 무함마드 알무살라미를 놓친 설영우(즈베즈다)가 뒤늦게 태클을 시도해 옐로카드를 받았고, 프리킥 기회를 내줬다.
이 프리킥이 정승현(알와슬)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날카로운 킥이 문전으로 넘어오자 아흐메드 알카미시와 경합하던 정승현이 미처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게 자책골이 됐다.
정승현은 이 장면 이외에도 상대 공격수가 1대1 공격을 시도할 때 속도 경쟁에서 밀려 전진을 허용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정승현의 기용은 팔레스타인전 나타난 수비 불안에 대해 홍 감독이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다.
당시 정승현의 자리에 기용된 선수는 베테랑 센터백 김영권이었다.
김영권은 경기 초반부터 공격 전개 과정에서 아쉬운 패스 실수를 저지르더니 후반에는 공세로 전환한 팔레스타인 공격수들의 역습을 막는 데 고전했다.
'수비의 핵'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담당하지 못한 구역에서 실점 위기가 나타나는 게 반복된 '수비 불안'의 공통 요소였다.
팔레스타인전 후반 추가 시간 웨삼 아부알리가 골키퍼 조현우(울산)와 1대1 상황을 맞은 장면도 김민재 반대편 후방에서 속도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뒷공간을 허용하면서 연출됐다.
이날 김민재는 후반 23분 역습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1대2로 수적 열세에 몰렸으나 뒷공간을 지키는 판단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해냈다.
후반 43분에는 풀백 황문기(강원)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울산)이 놓친 뒷공간을 알리 알부사이디가 공략하자 김민재가 문전에서 황급히 상대 슈팅을 막아내기도 했다.
김민재와 호흡을 맞출 '안정적 센터백'을 확정하는 건 홍명보호의 전술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홍 감독은 전반 포백을 사용한 후 측면 수비를 담당한 이명재(울산)와 설영우를 전방 깊숙한 지점까지 전진시켰다.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박용우(알아인)를 김민재와 정승현 사이로 내리면서 순간적으로 스리백을 이루는 전술을 꺼냈다.
김민재와 합을 맞추는 선수의 수비력이 받쳐줘야 이 같은 전술도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다.
다음 달 10일 예정된 요르단 원정 경기에서는 홍명보호의 수비력이 특히 중요해질 걸로 전망된다.
한국은 압박 능력과 기동력이 뛰어난 요르단 공격수들과 이를 살리는 상대 전술의 위력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체감했다.
지난 2월 김민재가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한 요르단과 아시안컵 준결승은 김영권과 정승현이 짝을 이뤄 중앙 수비를 맡았다.
당시 무사 알타마리(몽펠리에)를 중심으로 한 요르단의 역습에 클린스만호가 0-2로 침몰했고, 이 경기 이후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을 시작으로 한국 축구의 '격랑기'가 이어졌다.
pual0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01: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