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중 영사관 폐쇄 강대강 대치 거론…"일국양제 홍콩 대표부는 급이 달라"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국이 자국 내 홍콩 경제무역대표부 사무소 폐쇄를 강행할 경우 중국은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가용 수단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일 미 하원은 뉴욕·샌프란시스코·워싱턴 소재 홍콩의 경제무역대표부 사무실을 폐쇄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상원 승인과 대통령 서명을 거치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야 견해차가 크지 않아 조만간 법제화해 사무실 폐쇄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홍콩이 고도의 자치권을 상당 부분 상실해 더는 여타 정부 수준의 경제무역대표부 설치 특권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이를 대미 전초 기지 상실로 여기고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1일 "미국 측이 홍콩 의제를 좌지우지하는 것과 홍콩 발전을 탄압하는 악의적 행동에 강력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며 "미국이 폐쇄를 강행하면 중국은 실질적이고 유력한 조처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CMP는 이전 사례를 볼 때 중국 당국이 비례성 원칙을 적용해 홍콩 내 미국 영사관 폐쇄 조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전했다.
2020년 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중국 영사관을 폐쇄한 데 맞서 중국이 쓰촨성 청두의 미 영사관 문을 닫도록 했던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특별행정구인 홍콩의 미국 내 경제무역대표부 사무소와 미국의 홍콩 주재 영사관은 급(級)이 크게 차이 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난카이대 법학대학원의 리샤오빙 교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운용되는 특별행정구의 지위를 고려할 때 미국의 홍콩 경제무역대표부 사무소 폐쇄에 상응 조처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리 교수는 그러면서 "중국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며 직접적이지 않은 우회적 대응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셰마오쑹 선임연구원은 "복싱 경기처럼 (중국은 미국이 가한 공격 부위와) 같은 곳을 때릴 필요는 없으며 같은 수준의 고통을 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반관영 싱크탱크인 홍콩·마카오연구협회의 라우 시우카이 자문위원은 "홍콩의 미국 내 경제무역대표부 사무소가 폐쇄될 경우 중국은 홍콩 내 미국 영사관의 주재 인원을 줄이거나 기능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미국 내 홍콩 경제무역대표부 사무소 폐쇄를 추진한 미 의원 및 공무원들을 제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실제 미국이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일단 강제 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고 해당 지역의 중국 고위공무원을 제재토록 하는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FLPA)을 2020년 통과시키자, 중국도 미 상원의원·공무원 제재로 맞선 사례가 있다.
kjih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3 11: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