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천 북성포구 횟집 '역사 속으로'…9월 영업 종료

2 months ago 1
황정환 기자

매립 후 친수공간 조성…수십년 자리 지킨 상인들 "생계 막막"

곧 철거 앞둔 '북성포구' 횟집들

곧 철거 앞둔 '북성포구' 횟집들

[촬영 황정환]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비릿한 바다 냄새를 따라 인천 북성포구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횟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갯골 위로 뼈대를 드러낸 횟집은 수상 가옥 분위기를 자아내며 한때의 옛 향수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비좁은 골목 사이로 오른쪽에는 횟집 수족관이, 왼쪽에는 횟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이달이 끝나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북성포구 준설토 투기장 조성사업에 따라 횟집들은 보상 계약을 맺고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9일 현재 6개 횟집 중 이미 3개 횟집은 문을 닫았고 '미소 횟집', '여우네 횟집', '태호네 횟집' 3개 식당만 영업을 하고 있다.

'미소 횟집'을 45년간 운영한 김모(75·여)씨에게는 미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씨는 "1차 매립 전까지만 해도 손님이 많았는데 요새는 거의 한 팀 받기도 힘들다"며 "무허가 횟집이라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제 일을 그만두면 집에서 우울증에 걸릴까 봐 걱정"이라며 "코로나19 유행으로 대출금도 갚지 못했는데 앞으로 생계가 막막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22년 전 문을 연 '여우네 횟집' 주인 송순희(70·여)씨는 "절대 냉동은 쓰지 않고 생물만 쓰는 게 철칙"이라며 "싱싱한 해산물을 맛있게 먹어준 손님들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으니 아쉽다"고 말했다.

송씨는 과거 골목이 긴 줄로 문전성시를 이룬 번창했던 시절을 언급하며 의자에 앉아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2019년 북성포구 선상 파시

2019년 북성포구 선상 파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에서 유일한 갯골 포구인 북성포구는 과거 만석포구·화수부두와 함께 수도권 3대 어항 중 하나다.

1970∼80년대에는 북성포구에서 100여척의 어선이 선상 파시(어선 위에서 열리는 수산물 시장)를 열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선상 파시에서 팔다 남은 수산물을 상인들이 대야에 담아 팔기 시작하면서 횟집들이 생겼다.

하지만 이후 연안부두와 곳곳에 신식 어시장이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해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식당 형태의 횟집들은 2000년을 전후로 하나둘씩 생겼다.

상인들이 바닷가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가건물을 세워서 횟집을 운영했다.

이후 북성포구는 10여년 동안 활기를 되찾았으나, 지자체의 불법 가건물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상인들은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22년 1차 매립이 끝나면서 선상 파시는 없어졌고, 이제 횟집들도 사라지게 되면서 북성포구는 이제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게 된다.

여우네 횟집 단골인 문성환(44·남)씨는 아내와 함께 마지막으로 식당을 찾아 아쉬움을 달랬다.

문씨는 "친구 추천으로 몇 년 전부터 단골이 됐는데 이제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며 "맛과 멋을 갖춘 이런 식당이 사라지는 게 너무 서운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동구는 횟집들이 퇴거하면 그동안 지연된 8천429㎡ 규모의 공유수면 매립을 연말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앞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북성포구 준설토 투기장 전체 사업 구간 7만5천㎡ 중 85%인 6만4천㎡에 대해서만 매립공사를 진행하고 2022년 준공했다.

준설토 투기장 매립이 완료되면 인천해수청은 내년부터 상부 친수공간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횟집 옆으로 물 들어찬 '북성포구'

횟집 옆으로 물 들어찬 '북성포구'

[촬영 황정환]

hw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9 08: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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