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시장 상인, 반나절 동안 사과 1만원어치 팔아 "추석 특수 없어"
건어물 골목도 개점휴업 상태…시, 화재 피해 점포당 600만원 우선 지원
(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힘들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사가 안 됩니다."
추석을 엿새 앞둔 11일 오전 경남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청과시장 상인들은 추석 대목이 무색하게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며칠 전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고, 화재 현장 맞은편 공터에 임시로 설치된 좌판에서 생업을 이어 나가고 있지만 청과물을 사러 온 손님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산어시장 청과시장에서는 추석을 앞둔 지난 3일 밤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나 점포 28곳 중 비어있는 3곳을 제외한 25곳이 불에 탔다.
40년 넘게 마산어시장 청과시장에서 과일을 팔아온 70대 김모 씨는 "오전 내내 겨우 사과 1만원어치만 팔았다"며 "추석 특수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최근 청과시장에서 불이 크게 났다는 소식에 아무도 시장에 방문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 옆에서 임시 좌판을 차려 청과물을 팔던 한 상인 역시 "원래 요즘 같은 시기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지만 보다시피 사람이 없다"며 "그래도 피해를 만회하려면 영업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산어시장 내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했다.
명절 대목을 앞두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볐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제수용 생선 골목에만 손님들 발걸음이 이어졌을 뿐 대부분 한산했다.
건어물 골목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점포 대부분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상인들은 시장 상황이 이처럼 악화한 이유로 화재 이외에도 롯데백화점 마산점 폐점을 꼽았다.
지난 6월 말 매출 부진 등을 이유로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문을 닫으면서 유동 인구가 급격하게 줄었고, 그 여파가 백화점 바로 옆에 있는 마산어시장까지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생선 골목에서 명태포와 가오리, 대구 등을 파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백화점 손님 대부분이 장을 보러 어시장에 방문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보니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건어물 가게 70대 한모 씨도 "백화점 폐점 이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마산어시장상인회는 롯데백화점 마산점 바로 옆에 있던 어시장 내 점포들의 경우 매출이 백화점 폐점 이후 평소에 비해 약 30%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마산어시장의 어려운 상황과 관련해 창원시는 우선 청과시장 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에게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화재로 인한 현장 악취 등 민원을 조속히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청과시장 내 피해 점포당 600만원을 일단 지원하고, 상인들 어려움을 듣고 여러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또 어시장 홍보 캠페인을 지속해 상권 살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jjh23@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16: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