껑충 뛴 가격에 닫힌 지갑…9월 폭염으로 일부 품목 매출 폭삭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추석 대목이요? 다 옛날 말입니다. 손님들이 물건값만 물어보고 사지는 않아요."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11일 오후. 인천 시내 전통시장인 석바위시장에서 만난 상인들 대다수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매출에 한숨을 지었다.
시장 안은 장을 보러온 이들로 평소보다 붐볐지만, 껑충 뛴 물가에 부담을 느낀 손님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는 모습이었다.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6)씨는 큰 목소리로 '샤인머스캣 떨이' 연신 외쳤으나 10분이 넘도록 한 상자도 팔지 못했다.
그는 "샤인머스캣을 도매시장에서 상자(3송이)당 8천원에 구매해 처음에는 1만2천원에 팔다가 이제 9천원까지 낮췄다"며 "품질이 좋은 상품에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아도 도무지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사과 3개 1만원', '배 1개 3천원'이라는 가격표를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과일 선물을 사러 온 김모(70)씨는 "전통시장 물건이 그나마 저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깜짝 놀랐다"며 "사과와 고기를 조금 샀는데 벌써 10만원이 넘어서 다른 선물 구매는 엄두도 못 내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9월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일부 품목은 판매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통한과를 파는 한 업주는 "한과는 날씨가 선선해야 바삭하고 맛있는데 요즘 같은 더위가 이어지면 손님들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밤과 대추 등을 정리하던 건어물 가게 상인 김모(56)씨는 "작년 추석에는 바빴는데 올해는 너무 한산하다"며 "물가가 오르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조사한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첫째 주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무(15∼20㎝) 1개는 3천400여원, 배추 1포기는 9천200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5%, 32.6% 올랐다.
인천 대표 수산물시장인 인천종합어시장도 시내 다른 전통시장들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을 꽃게철을 맞은 싱싱한 꽃게를 비롯해 다양한 수산물이 매대를 가득 채웠지만,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26년째 수산물을 팔고 있는 김모(65·여)씨는 "실제로 물건을 사는 손님이 거의 없어 경기 침체를 실감하고 있다"며 "피문어나 전복 같은 비싼 해산물은 더 안 팔려서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인천종합어시장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이 침체해 있었는데 꽃게철을 맞아 최상급의 상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원산지 표기도 자체적으로 점검해 소비자들이 추석을 전후해 마음 놓고 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hw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5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