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덕이는 소방 구급지도의사…인력 태부족인데 수당마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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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우 기자

'119구급대' 응급처치·이송병원 선정 자문…의사 1명이 3∼4개 시도 홀로 담당도

'40만∼50만원' 주야간 수당 10년 넘게 그대로…"이제 한계 다다른 듯"

119구급대원

119구급대원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119구급대원에게 전화나 영상으로 의료 지도를 하는 구급지도의사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의사 1명이 꼬박 12시간 동안 3∼4개 시도 권역의 의료 지도를 한꺼번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전국 18개 시도 소방본부에 있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이하 구상센터)를 크게 9개 권역으로 나눠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구상센터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자격이 있는 구급지도의사가 주야간 12시간씩 나눠 일하며 119구급대원에게 의료 지도를 한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중증응급환자의 상태 평가와 전문 응급처치 지도, 이송병원 선정 자문 등이다.

소방당국이 전국에서 확보한 구급지도의사 인력풀은 모두 412명. 언뜻 보면 인력풀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하루 동안 권역별 센터에서 구급지도의사로 활동하는 의사는 주야간 각 15명씩 모두 30명에 불과하다.

구급 수요가 많은 '1권역' 서울과 '2권역' 경기, '5권역' 인천에는 주야간별로 구급지도의사가 2명씩 배치되지만, 그 외 권역에는 1명만 근무한다.

9개 권역중 '3권역'으로 분류된 '부산·울산·경남·창원의 경우 구급지도의사 1명이 4개 시도 내 119구급대의 이송병원 선정 자문 등을 전담한다.

구급지도의사가 부족하다 보니 부산에 있는 의사가 하루 근무하면, 다음날은 울산 지역 의사가, 그다음 날은 경남이나 창원에 있는 의사가 일하는 방식이다.

6권역인 '광주·전북·전남'도 3개 시도 본부의 구급지도의사가 돌아가며 일하는 윤번제 근무를 택하고 있고, 7권역인 '대전·세종·충북·충남'도 마찬가지다.

구급지도의사가 1명 근무하는 권역의 경우 119구급대 전화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제대로 대응을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인력 부족의 주된 원인으로는 10년 넘게 제자리 수준인 근무수당이 꼽힌다.

구급지도의사로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면 주간에는 40만원을, 야간에는 50만원을 수당으로 받는다. 이 같은 수당체계는 2013년 도입 이후 11년째 그대로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급지도 의사분들 중에는 보통 월 1∼2회 정도 자원봉사 성격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젠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닌가 싶다"며 제도 개선과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edd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8 06:0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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