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피그미하마…일부 관객, 물뿌리기 등 괴롭히기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태국 동물원의 한 귀여운 새끼 하마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태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와 영국 BBC 방송·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태국 파타야 인근의 '카오 케오우 개방 동물원'에서 지난 6월 태어난 암컷 피그미하마는 '통통 튀는 돼지'라는 뜻의 '무뎅'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새끼 하마의 작고 포동포동한 귀여운 모습을 담은 영상이 틱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무뎅을 보려는 관객이 몰려들면서 무뎅 출생 이후 이 동물원의 방문자는 이전의 약 두 배로 늘었다.
급기야 아침 개장 때부터 1만2천명이 넘는 관객이 몰리는 등 큰 혼잡이 빚어지자 최근 동물원 측은 1인당 무뎅 관람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며 관리에 나섰다.
이에 따라 동물원 측은 무뎅의 출생 이후 게재한 소셜미디어 게시물 150건 중 128건에서 무뎅을 다룰 정도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동물원은 무뎅을 담은 셔츠·바지 등 다양한 상품(굿즈)을 온라인으로 팔고 있다.
세계적 뷰티 편집숍 세포라도 무뎅에서 모티브를 얻은 '아기 하마 같은 볼터치(블러셔)'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 '그는 아이콘이자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무뎅을 다루는 등 세계 미디어들도 무뎅의 인기를 전하고 있다.
무뎅에 대한 영상을 올리는 이 동물원 사육사 앗타뽄 눈디(31)는 "무뎅이 태어나는 것을 본 순간 나는 무뎅을 유명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무뎅이 태국에서는 유명해질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문객이 몰리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무뎅을 깨우려고 물을 뿌리거나 먹이로 조개를 던지는 등 지각없는 행동을 하는 관객들도 늘었다.
이에 동물원은 무뎅의 우리 주변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무뎅을 학대하는 관객에게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동물원 측은 온라인 성명에서 "이런 행태는 잔혹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면서 "우리는 이들 동물을 보호해야 하며 그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그미하마는 성체의 몸무게가 보통 하마의 약 8분의 1 정도인 180∼280㎏에 불과한 작은 하마 종이다.
서아프리카 주로 지역에서 서식하며, 현재 자연에 있는 개체 수가 3천 마리가 안 되는 것으로 추산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동물로 분류된다.
앗타뽄 사육사는 무뎅의 귀여움으로 인해 피그미하마 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jh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4 20:3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