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바리데기 재해석 '홍련'…평점 9.9 기록하며 순항
퀴어 요소 담은 '리지'·이금이 소설 원작 '유진과 유진'도 호평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폭력에 맞선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뮤지컬들이 극장가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있다.
남자 스타 배우나 화려한 무대를 내세우진 않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연기로 관객의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서울 대학로자유극장에서 초연을 선보이는 뮤지컬 '홍련'은 인터파크티켓에서 관람객 평점 9.9점을 기록하고 있다.
배시현 작가와 박신애 작곡가가 협업한 작품으로 한국 고전 소설 '장화홍련전'과 설화 '바리데기'를 모티프로 했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동생을 다치게 한 홍련이 죽은 뒤 저승신 바리에게서 재판을 받는 과정을 담았다.
처녀 귀신의 대명사인 홍련을 가정폭력 피해자로, 효녀 중의 효녀로 꼽히는 바리데기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게 특징이다.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벌을 받겠다는 홍련을 '씻김굿'으로 치유하려는 바리의 모습이 감동을 준다.
홍련 역은 감정 소모가 큰 역할이지만, 홍나현과 한재아, 김이후 등 배우진은 몸을 아끼지 않는 혼신의 연기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미국에서 일어난 리지 보든 사건을 바탕으로 한 '리지'는 전날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삼연의 막을 올렸다.
리지 보든 사건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보든 가(家) 둘째 딸 리지가 친부와 계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됐다가 치열한 재판 끝에 무혐의로 풀려난 사건이다.
미국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으로 남아 책, 연극,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됐다. 2018년 크리스틴 스튜어트·클로이 세비니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뮤지컬에서는 리지를 비롯해 그의 언니 엠마, 친구 앨리스, 하녀 브리짓이 등장한다.
리지가 조력자와 함께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호시탐탐 재산을 노리는 새엄마, 삼촌에 대항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알고 보니 두 여성 캐릭터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퀴어 서사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권이 낮았던 180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강인한 여인으로 묘사된다. 여기에 록을 기반으로 한 넘버가 더해져 강렬한 분위기는 배가된다.
2020년 초연한 이 작품은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재연 때부터 600여석 규모의 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금이의 동명 청소년 소설을 원작 삼은 '유진과 유진'은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공연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인터파크티켓에서 9.8점의 높은 평점을 유지 중이다.
'유진과 유진'은 유진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여중생에 관한 이야기다. 모범생 같은 인생을 살아온 '작은 유진'과 털털하고 구김살 없는 '큰 유진'이 중학교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두 사람은 한 유치원에 다녔던 사이지만,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을 모른 척한다. 작은 유진이 과거에 겪은 일은 조금씩 기억해내면서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게 된다.
2021년 초연한 이 작품은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이 점차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만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ramb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5 07: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