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10월까지 'EAST 울산 해파랑길 사운드워킹' 프로그램 운영
슬도~대왕암공원~일산해수욕장 3시간 코스로 자연의 소리 만끽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집니다."
울산 동구 방어진항 남단에는 섬 전체가 구멍 난 바위로 이뤄진 곰보섬 '슬도'가 자리 잡고 있다.
방어진항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방어진 방파제 위를 걷다 보면 거문고 섬 슬도를 만날 수 있다.
푸른 바다 위 이끼 낀 무인도, 그 정상에 우뚝 솟은 흰 등대는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지만 사실 슬도는 '소리'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거센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와 같다고 해, 거문고 슬(瑟)에 섬 도(島)를 붙인 것이 슬도 이름의 유래다.
슬도에서 나는 파도 소리, 이른바 '슬도명파'는 옛 선비들이 방어진 주변 자연 풍광을 엄선한 '방어진 12경' 중 하나다.
울산 동구는 지역 특색을 담은 소리를 선정해 만든 '소리 9경'에 슬도 파도 소리를 포함하기도 했다.
동구는 올해부터 슬도 일대와 대왕암공원 해안 둘레길을 배경으로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며 걷는 'EAST 울산 해파랑길 사운드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에 이어 이달 초 시작된 하반기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 봤다.
배부받은 지향성 마이크를 한 손에 들고, 연결된 헤드폰을 착용하자 시원한 파도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바다에 직접 귀를 대고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어 슬도를 찾은 갈매기들의 끼룩 우는 소리, 해녀가 물질하는 소리도 귀를 간지럽혔다.
오토바이 한 대가 슬도 방파제 위를 붕 지나가자 엔진 소리가 잠시 시끄럽게 귀를 때려 헤드폰을 잠시 귀에서 떼야 했다.
다른 이들의 대화 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전해지자, 절로 말을 줄이게 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파도가 부딪치는 바위, 방파제, 잔디 등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마이크를 가까이 가져가, 살며시 눈을 감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참가자는 "매일 자동차 소리, 모르는 사람 통화 소리 같이 원하지 않는 소음에 노출돼 살다가 자연의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AST 울산 해파랑길 사운드워킹은 이달부터 10월 31일까지 매주 목, 금, 토,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슬도에서 노애개안, 대왕암공원, 과개안, 대왕암, 수루방을 거쳐 일산해수욕장까지 3시간 코스다.
초등학생 이상, 걸을 수 있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투어 참가는 포스터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프로그램 운영 대행사(☎051-626-8816)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
jjang23@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8 09: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