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캐나다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유럽 일각에서 떠오른 '반이민 물결'에 합류하게 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는 그간 이주민 정책에서 가장 진보적인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고전하면서 이같은 방향 전환을 꾀한다는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캐나다가 여전히 이민 지원에 긍정적인 곳으로 남아있으면서도 동시에 통합과 성공에 책임이 지는 곳이 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이민) 흐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캐나다 고용주가 고용할 수 있는 저임금 임시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20%에서 10%로 줄어들 전망이다.
트뤼도 총리는 또 오는 가을에는 더 광범위한 이민 정책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시사했다.
한때 이민에 우호적이었던 트뤼도 총리가 이처럼 급격한 정책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에 따른 민심 반발 때문이다.
캐나다의 외국인 근로자 프로그램은 한때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점차 주거 비용 상승과 청년 실업률 증가 등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보수당이 이런 부분을 선거 운동에 활용하고 나서면서 자유당 소속인 트뤼도 총리는 여론조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신규 이민자 수를 줄이는 조치에 나선 것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인구가 1년 만에 100만명이 증가해 4천만명을 넘어섰는데, 인구 증가 폭의 96%가 일시적 혹은 영구적 이주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3분의 2가 이민이 너무 많다며 불만을 표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아바커스 데이터의 데이비드 콜레토 CEO는 보수 야당이 트뤼도 총리의 집권당을 17%P 차로 앞선 조사 결과가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이민 문제라고 짚었다.
다만 경제계는 트뤼도 총리의 이같은 조치가 인건비가 낮은 노동력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온타리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런 변화가 우리 경제나 필수 서비스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주지 않도록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독립기업연맹의 댄 켈리 회장은 "농업, 간병, 숙련노동 분야 등에서 노동력 부족이 더 심화하기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판을 "근거 없는 정치적 공격"이라고도 일축했다.
eshin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2 11:5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