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재무부 대표단, 방글라 찾아 과도정부와 금융안정 등 논의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이 최근 '친인도 정부'가 붕괴한 방글라데시의 경제 재건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국무부, 재무부 관료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현지로 파견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루 국무부 남아시아 담당 차관보가 10∼16일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루 차관보가 포함된 대표단이 이번 방문 기간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측과 미국의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단에는 미 재무부, 미 국제개발처(USAID),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도 포함됐다.
국무부는 "미국과 방글라데시 관료들은 미국이 방글라데시의 경제 발전, 금융 안정 등을 위해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은 과도정부 수반인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 고문(총리 격)을 비롯해 모함마드 토우히드 호사인 외교 고문(장관 격), 살레후딘 아흐메드 금융·무역 고문 등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정부는 현재 차기 총선을 준비하며 정국 수습에 힘을 쏟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1996∼2001년에 이어 2009년 이후 15년간 장기 집권하던 친인도 성향 셰이크 하시나 총리 정부가 지난달 갑자기 무너진 이후 극심한 정치·경제적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하시나 전 총리는 '독립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가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지난달 초 인도로 도피했다.
대표단 파견과 관련, 브렌트 니먼 미 재무부 국제금융 담당 차관보는 전날 "미국은 방글라데시가 필요한 개혁 실행을 통해 경제 취약성에 대응하면서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의류 산업을 앞세워 고속 성장하던 방글라데시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에 빠졌고 지난해부터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7억달러(약 6조3천억원) 규모 금융지원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기 집권 정부가 무너지면서 최근에는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경쟁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도양 등에서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인도 입장에서는 인구 1억7천만명으로 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방글라데시의 외교 스탠스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세력으로 하시나 전 총리 정적인 칼레다 지아 전 총리가 이끄는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이 꼽힌다.
BNP는 과거 2001∼2006년 집권기에 중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폈던 전력이 있기에 미국과 인도로서는 방글라데시 정국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러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현재 방글라데시 일각에서는 '반(反)하시나' 기류가 '반인도' 정서로 확대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힌두 국수주의 성향의 인도 모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지한 덕분에 하시나 체제가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며, 양쪽을 싸잡아 비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coo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16:1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