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수강 비율 35.6%…경상국립대는 2% 뿐
학교측 '학생 설득하고 학칙 개정하고' 대량 유급사태 막기 총력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주요 의과대학들이 2학기 개강을 했지만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복귀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은 수강 신청을 독려하고 학칙을 개정하는 등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으나 여전히 학생들은 요지부동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진 부족에 다른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현장의 심각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장래 의사가 될 의대생들의 수업거부마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대 수강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번 가을학기 서울의대에 개설된 전공필수 강의 37개 수강 비율은 35.6%다.
의정 갈등을 겪기 전인 작년 가을학기에 열린 전공필수 강의 36개 수강 비율(89.3%)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주요 의대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생이 휴학계를 제출했지만, 휴학을 더 할 수 없는 학생이나 개인 신념에 따라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다"며 "학년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15% 정도가 수업을 듣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출구 없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대생 수업 거부는 전국 주요 대학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경남 지역 유일 의대가 있는 경상국립대는 전체 의대생 440여명 중 9명가량의 학생만 의대로 복귀했다.
부산지역 대부분의 의과대학도 2학기 수업이 개설됐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돌아오지 않아 1학기와 비슷한 분위기다.
인하대 의대는 전날인 2일 2학기 개강을 했으나 전체 재학생 281명 가운데 12명만 전공 수업에 참여했다.
1학기 수업 참여 인원 6명보다는 많은 숫자이지만, 학교 측은 수업 복귀 학생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2학기 개강을 한 가천대 의대도 재학생 244명 중 수업 참여 학생은 6명에 불과하다.
인하대 관계자는 "수업을 듣는 학생은 대부분 복학한 학생으로 수업 복귀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충남대의 경우 의대생 총 600여명 가운데 등록자가 20여명에 불과하고, 충북대학교는 의예과·본과 학생 300여명 중 13명만 수강 신청을 했다.
전남대 의대는 1학기 휴학이 불가능했던 의예과 1학년들이 추가로 휴학계를 내면서 휴학자들이 더 증가했다.
대학 측은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해 수강 신청을 독려하거나 학칙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충북대학교는 전날부터 학생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해 오는 6일까지인 수강 신청 변경 기간에라도 수강 신청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10월 말까지인 등록금 납부 기한 역시 12월 말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교육부가 지난 7월 의대생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발표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봄학기 성적 처리 기한을 오는 10월 말로 연장했고, 의대 차원에서 가을학기 학사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전북대학교는 지난달 30일 학사일정운영위원회를 열어 학기 구분을 학교 운영상 필요한 경우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이에 의과대는 이번 학년도의 경우 1학기와 2학기의 수업을 통합하고, 성적 처리 시기도 학년말에 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제주대 역시 유급 방지책으로 기존 학기제 방식의 의대 교육과정을 학년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북대는 학사일정을 조정해 1학기 수업 미참여 학생의 경우 1학기를 오는 11월 15일까지 연장 운영하고, 방학 없이 이어서 2학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강원대는 이수하지 못한 과목을 F 처리하는대신 I(미완) 학점으로 남기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방침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복귀율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경상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교육부는 최대한 많은 학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독려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최선의 방법은 미 복귀 학생들에 대해 휴학 처리를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대 관계자는 "의대 학생들은 본래 장학금 여부 등이 결정되고 난 뒤 추가 등록 기간에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 최종 시한까지 기다려 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보배 박정헌 홍현기 정찬욱 박성제 강태현 박철홍 전지혜 장지현 한무선 홍준석 이미령 이율립 천경환)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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