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선전에 속아" 북송 재일교포들, 북한 상대 손배소 승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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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단체 "손해배상액 확보위해 대북 미지급 경협자금에 법적조치 모색"

법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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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율립]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하채림 기자 = 체제 선전에 속아 북한에 갔다가 탈출한 재일교포 출신 탈북민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21단독 염우영 부장판사는 12일 북송재일교포협회 이태경 대표 등 탈북민 5명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명당 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북한 측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소송은 공시송달로 진행됐다. 공시송달은 법원이 관보 등에 소송 서류를 올리면 상대방에게 전달됐다고 간주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 측 소송 서류를 외국에 송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 판례나 대한민국 민사소송법에 따라 국내 송달 절차를 따랐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 등은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거짓 선전해 입국했다가 억류돼 북한의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지난 3월 1명당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 따르면 원고 5인은 1959~1984년에 북한당국이 지휘한 '북송사업'의 피해자들이다.

북한은 북송사업으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동원해 재일교포 약 9만3천명을 입북시킨 후 집과 일자리를 강제 배정했다. 이들 대다수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적대 계층으로 분류돼 서신 검열과 차별 등 인권 침해를 당했다.

북송 재일교포와 가족 가운데 약 500명이 탈북해 한국과 일본에 살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 남겨진 가족의 안위를 걱정해 자신들의 인권침해와 권리구제, 책임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NKDB는 설명했다.

NKDB는 판결 직후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이번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로 그동안 북송 재일교포들이 북한에서 겪은 인권침해의 실상을 밝히고, 법적책임이 규명돼 북송 재일교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을 피고로 진행된 종전 민사소송에서처럼 북한이 이번 패소 판결에도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재판 결과는 원고 승소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은 위자료 지급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므로 피해자들은 북한에 지급할 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을 상대로 추가 법적 조치에 나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국군포로가 북한의 저작권을 위임받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손해배상액 지급을 요구하며 낸 소송이 진행 중이다.

NKDB는 "남북경협과정에 발생한, 북한 당국에 미지급된 자금이 있는지 세심히 밝혀 향후 압류, 추심 등 법적조치를 통해 북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oung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2 15: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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