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희망이다] '꽃보다 농부' 양봉·곤충산업 퀸을 꿈꾼다

2 months ago 2
이재현 기자

원주 신하연씨, 기간제 교사에서 플로리스트, 양봉농으로 변신

"농업이야말로 청년이 할 수 있는 도전적 직군…목표는 6차산업"

굼벵이 기르는 '흥업 농부' 신하연씨

굼벵이 기르는 '흥업 농부' 신하연씨

[촬영 이재현]

[※편집자 주 = 지방에 터를 잡고 소중한 꿈을 일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패기, 열정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입니다. 자신들의 고향에서, 때로는 인연이 없었던 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새로운 희망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 청년의 존재는 인구절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도 큰 힘이 됩니다. 연합뉴스는 지방에 살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년들의 도전과 꿈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합니다.]

(원주=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언제까지나 청년은 아니겠지만, 언제나 농부일 자신이 있습니다."

강원 원주시 흥업면 양봉 농장인 '원터가든'에서 만난 신하연(39·여) 대표는 '흥업(興業)면에 사는 흥이 많은 청년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긍정의 에너지와 열정, 씩씩함이 넘쳐나는 그녀는 2022년 제42회 차세대 농어업경영인 대상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은 꿈 많은 청년 농업인이다.

2014년 양봉업에 뛰어든 그는 원주시 4-H 연합회를 거쳐 원주시 청년후계농업인연합회 일원으로 활동하며 10년째 농업 전문가로 성장해 가고 있다.

벌통 살피는 신하연씨

벌통 살피는 신하연씨

[촬영 이재현]

교직을 은퇴한 부모와 함께 벌통 8봉군(蜂群·1군당 2만∼3만여마리)으로 가족 양봉을 시작한 신 대표는 지난해까지 최대 150군, 연평균 100군을 꾸준히 운영해 벌꿀과 로열젤리를 생산했다.

올해부터는 벌통 30군으로 독립 경영에 나섰다. 주 종목도 벌꿀·로열젤리 생산·판매에서 벌 생산·판매로 전환했다.

그는 "어린 여자가 험하고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양봉을 하는 것에 많은 분이 걱정하시지만, 회피성이 아닌 농업 전문가로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한다"고 당찬 포부를 보였다.

독립하면서 내건 농장 이름 원터는 '원주에 터를 잡은'이라는 뜻이다.

얼핏 대도시에서 귀농·귀촌한 느낌이지만 신 대표는 원주에서 나고 자란 말 그대로 '원주민'이다.

다만 양봉을 하기 전에는 농업과 상당한 먼 도시민의 삶을 살았다.

36만명으로 강원도 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농 복합도시인 원주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성장했다고 자평하는 그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벌통 살피는 신하연 대표

벌통 살피는 신하연 대표

[촬영 이재현]

한때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았던 신 대표는 졸업 후 지역 내 고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3년간 근무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교사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학생들의 입시 지도에서 오는 부담감뿐만 아니라 정규직이 아닌 터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활달한 성격의 신 대표를 억눌렀다.

스트레스로 몸과 정신이 지쳤을 때 신 대표는 생존적 힐링을 위해 기간제 교사를 그만둔 뒤 플로리스트로 변신해 30대 삶을 열었다.

본격적인 화훼 공부를 해 독일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때마침 신 대표의 부모 역시 교직에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다가 양봉과 인연을 맺었다.

꽃을 찾아 꿀벌이 날아오듯이 신 대표와 그의 부모는 양봉업으로 정착했고, 신 대표는 가족 경영체를 거쳐 독립 농업인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는 미래 새 성장 동력이자 첨단산업으로 주목받는 곤충산업에 도전장을 냈다.

양봉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한 수벌 번데기의 식용화가 2020년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꿀벌은 여왕벌(Queen)·일벌(worker)·수벌(drone) 등 세 종류인데 수벌은 여왕벌과의 교미 목적 이외에는 폐기했다"며 "이런 수벌 번데기가 식용 원료로 인정되면서 자연스레 곤충산업까지 관심의 영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신하연 대표가 기르는 굼벵이

신하연 대표가 기르는 굼벵이

[촬영 이재현]

신 대표의 곤충산업 입문에는 4-H 회원이자 원주 청년후계농업인연합회 동료 회원인 '사람과 곤충 영농조합법인' 임승규(40) 대표의 조언과 조력도 한몫했다.

이후 신 대표는 양봉과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수벌 번데기를 동결건조 후 가공해 건강보조식품이나 제빵 등 식용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다가 원주시가 공모한 '청년외식창업공동체 공간조성' 사업에 임 대표를 비롯한 청년 농업인 8명과 함께 선정됐다.

신 대표 등은 원도심인 풍물시장 내에 수벌 번데기 가공 원료와 벌집, 꿀 등을 활용한 카페 오픈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그의 또 다른 곤충산업 아이템은 굼벵이다.

굼벵이 농업은 식용이 아닌 화훼용 소규모 퇴비 생산이 목적이다.

발효 톱밥 등을 먹은 굼벵이가 만든 분변토를 퇴비로 상품화하는 것이다. 현재 신 대표는 굼벵이 3만여마리를 사육 중이다.

소규모 화훼농가를 위한 이 사업은 플로리스트로서의 본능이 어느 정도 작용한 셈이다.

'맵고 뜨겁고 시원하게' 2024 원주청년축제

'맵고 뜨겁고 시원하게' 2024 원주청년축제

(원주=연합뉴스) 청소년들이 축제를 기획하고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축제에 직접 참여하는 2024년 원주청년축제 '원터치 페스티벌' 행사가 지난 24일 강원 원주시 단계동 장미공원에서 원강수 원주시장과 신하연 청년축제 준비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졌다. 2024.8.25 [원주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jlee@yna.co.kr

결국 꽃에서 양봉과 곤충으로 확장한 신 대표의 농업 경영은 1차산업과 가공의 2차산업, 외식·체험·관광의 3차산업이 융복합한 6차산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2024년 원주 청년축제인 '원터치 페스티벌'의 축제준비위원장이기도 한 신 대표는 "농업이야말로 청년부터 할 수 있는 도전적인 직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이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으로 귀농하거나 청년 농업에 뛰어드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안일하고 위험한 생각"이라며 "철저히 준비하고 치밀하게 생각하고서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만 뭔가 큰 성공을 보여 주겠다며 혼자서 고민하고 좌절하지 말고 지역 청년농업인 단체에 나와 활동하면서 서로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나누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20대와는 완전히 다른 30대의 삶을 산 신 대표에게 이제 곧 펼쳐질 40대의 삶은 6차산업에 대한 꿈과 희망을 향해가는 유쾌한 도전의 연속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원터가든' 청년 농업인 부스

'원터가든' 청년 농업인 부스

[촬영 이재현]

j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8 07: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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