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창립 30년, 쪼개지는 사회 속 새 출발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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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공동대표 인터뷰…"시민운동 확장 정치권이 수용 못하는 게 문제"

"참여연대, 30년간 시민사회 창출에 주도적 역할…소명·역할 유지돼야"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한상희(65)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9.13 stop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이제는 신을 갈아신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공동대표 한상희(65)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연대 창립 30주년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한 대표는 "용산에 있던 그 조그마한 단체가 30년 잘 버텨왔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다른 30년을 어떻게 견뎌 나가야 할까 하는 걱정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 고민의 밑바탕엔 심해지는 양극화가 있다.

"사회가 쪼개지고 있어요. 탈진실 사회로 나아가면서 합일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죠. 참여연대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으로써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후 위기, 자본의 디지털화 등 한층 복잡다단해진 사회 문제의 양상도 또 다른 고민 지점이다.

참여연대는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권력 감시, 불평등 완화, 평화 실현, 기후위기 대응, 디지털 자본주의와 빅테크 감시를 골자로 한 5대 주요 의제를 제시했다.

한 대표는 "기후위기는 단순한 생태환경의 문제를 넘어서 자본과 이를 지지하는 정치권력 문제가, 디지털 자본주의엔 노동 소외 문제가 들어 있다"며 "복합적인 위기를 안고 있는 새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 전략을 어떻게 세워나갈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30년 전인 1994년 9월 10일 '참여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라는 이름으로 회원 304명과 함께 출범한 참여연대는 현재 회원 1만7천명을 보유한 국내 대표 시민단체가 됐다. 참여연대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활동으로는 2000년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벌였던 '낙선 운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참여연대는 다른 시민단체들과 함께 총선시민연대를 구성, 특정 후보자에 대한 낙선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여 반향을 일으켰다.

한 대표는 "'그들만의 잔치'였던 선거에서 '공민권'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며 "시민사회 또는 시민의 역량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대표는 이 밖에도 참여연대가 기초생활보장법·부패방지법 제정, 로스쿨·국민참여재판제 도입, 소액주주 보호 운동 등을 벌이며 시민사회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인터뷰하는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인터뷰하는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한상희(65)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9.13 stopn@yna.co.kr

창립 초기부터 참여연대와 함께해 온 한 대표는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사법감시센터 소장,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로스쿨·국민참여재판 도입 운동 등 사법개혁 활동을 주도해왔다.

그는 '시민사회 위기'라는 일각의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본질적 문제는 '정치의 탈시민화'라고 꼬집었다.

"특정한 시민운동이 사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실제로는 매우 많은, 다양한 이야기가 분출하고 있거든요. 총합으로서의 시민운동은 엄청나게 확장됐다고 봐야죠. 문제는 정치권이 변화된 시민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시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치, 시민의 합의나 동의에 기반하지 않은 정치의 문제인 거죠."

한 대표는 일부 상임위원의 부적절 언행과 신임 위원장 자격 시비 등 국가인권위원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을 지적하며 현 정부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인권위원장 후보 5명에 이름을 올렸지만 "위원회 바깥에서 싸워나가겠다"며 자진사퇴했다.

"일부 위원들이 위원회를 거의 마비 상태로 만들어놨던 상황에서 가장 반인권적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분이 인권위원장이 됐습니다. 한국의 인권 체제 유지 측면에서 아주 심각한 위기입니다. 맞서 싸우는 게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다"며 "언제든지 시민과 더불어 고민들을 돌파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년 전과 지금 참여연대는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해야 하는 일의 양상,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는 다르겠지만 참여연대의 소명과 지향점, 역할은 유지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들일 수 있는 모멘텀(계기)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stop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5 09: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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