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일정책 비판 논문' 기사연 사건 등도 진실규명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연작시 '한라산'으로 제주 4·3 사건을 알린 이산하(본명 이상백) 시인이 37년 만에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받게 됐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제86차 위원회에서 이 시인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이 시인은 1987년 3월 발간된 사회과학전문지 '녹두서평'에 게재된 시 '한라산'을 썼다는 이유로 같은 해 11월 국가보안법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법원에서는 징역 1년 6개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사건 판결문, 수사·재판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이 시인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집행 당시 긴급구속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시인이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정황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이 시인과 별개로 '녹두서평' 출판사 편집장이었던 신형식 씨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신씨는 '한라산'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연행돼 북한 공작원 지시를 받아 이적 표현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사건, 재일동포 이수희 씨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기사연 원장을 맡았던 조승혁 목사는 1983년 교과서 분석팀을 만들어 국정교과서 속 정부의 통일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쓰도록 한 혐의로 이듬해 기소됐다가 공소 보류로 석방됐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이 조 목사뿐 아니라 교과서 분석팀에 참여했던 현역 교사 9명을 강제연행해 8일 이상 불법구금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재일동포 이씨는 1975년 간첩 혐의로 육군보안사령부에 연행돼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조사를 통해 이씨가 영장 없이 연행돼 한 달여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허위자백을 강요받는 등 인권침해를 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들 사건과 관련해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국가에 사과와 피해자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stop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2: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