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기업 지방이전 등 효과는 제한적"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되면 수도권 제조업 전체의 연간 전력 비용 부담이 1조4천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5일 발표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업종별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되면 수도권 제조업의 연간 전력 비용 부담은 최소 8천억원에서 최대 1조4천억원 증가한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지방자치단체별 전력 자급률에 따라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제도다. 전력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한경협은 지역별 전력 도매 가격 차등화에 따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 도매가 격차가 kWh(킬로와트시)당 19∼34원 발생한다는 선행연구에 기반해 이러한 추정치를 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도매가 증감이 소매가에 전가되는 정도를 최소 20%, 최대 100%로 구분해 수도권 제조업계가 부담할 최종 전력 비용 증가액을 산정했다.
전력 도매가는 한국전력이 발전사업자로부터 구매하는 비용이며, 전력 소매가는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25개 업종의 평균 전력 비용 증가 폭은 550억원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전자·통신 업종의 전력 비용 증가 폭이 최대 6천억원으로 가장 컸다.
한경협은 제조업계의 부담은 높아지지만, 기업 등 입지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작년 기준 산업 전력 사용량의 64.2%가 비수도권에 분포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산업 전력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 최근 3년간 전력 사용량이 비교적 크게 늘었던 전자·통신 업종은 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을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력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전자·통신 업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경협의 분석이다.
아울러 수도권 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건물은 기반 시설 성격을 갖거나 소수 사업장에 편중돼있어 입지 변경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대부분 백화점, 병원, 학교 등 기반시설에 해당한다.
한경협은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업 인프라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입지를 결정하는 주된 요소인 기반 시설, 유관 업종의 집적성, 인력 유치 등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의 입지 변화를 유도하기에 앞서 지자체별 전력 수급 균형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협은 "전국 단위의 단일 전기요금체계에서 비롯되는 비효율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전력 비용의 변화가 유의미한 입지 변화를 유도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책 효과 개선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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