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아기 울음소리 끊긴 가평 북면…"겨울엔 유령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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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인구 매년 4% 감소…65세 이상이 43% 차지해 "고령화 심각"

관광 등으로 생활인구 늘리기 안간힘…접경지역 지정 등 정부 지원 절실

(가평=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소멸 우려 지역인 경기 가평군 안에서도 북면은 6개 읍·면 가운데 인구감소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4명에 그쳐 아기 울음소리가 석 달에 한 번꼴로 들리는 반면 사망자는 60명대로 늘어 인구 자연 감소가 가속하고 있다.

가평군은 마을이 사라지는 것만은 막고자 인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부족한 정부 지원 탓에 겨우 버티고 있다.

흉물스럽게 남겨진 가평 북면 빈 건물

흉물스럽게 남겨진 가평 북면 빈 건물

[가평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출생아 한 자릿수…명지분교 학생 수 3명

가평군 북면 인구는 지난 7월 말 기준 3천589명이다. 가평군 전체 인구(6만2천445명)의 5.7% 수준이다.

2019년 3천973명이었으나 2020년 3천891명, 2021년 3천869명, 2022년 3천812명, 지난해 3천661명 등 매년 0.6∼4.0% 줄었다.

이 지역은 65세 이상 인구가 43.2%로 극심한 고령화를 겪고 있다.

더욱이 출생아 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전입보다 전출이 많아 인구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출생아 수는 2021년 15명이었으나 2022년 5명, 지난해 4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사망자 수는 연간 40명대에서 60명대로 늘어 인구 자연 감소가 가속하고 있다.

통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마을은 빈집과 문 닫는 점포가 늘고 있다.

어린이집은 한 곳뿐이다. 초등학교도 한 곳인데 학생 수는 1학년 5명, 6학년 16명 등 전교생이 53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 분교는 더 심각해 1학년과 2학년 각 1명, 6학년 1명 등 총 3명으로 언제 문 닫을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북면 주민 박모(63)씨는 "여름에는 그나마 계곡과 유원지를 찾는 피서객이 많아 마을이 북적이지만 겨울에는 유령도시나 다름없다"며 "하루·이틀씩이라도 청장년층이 머물러 평소에도 마을이 활기를 띠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풀 무성한 가평 북면 빈집

수풀 무성한 가평 북면 빈집

[가평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접경지역 요건 갖췄는데 배제…관광이 희망

북면은 지리적으로 정부의 접경지역 지원 요건을 갖췄는데도 20년 넘게 소외되고 있다.

2000년 '접경지역 지원법'이 제정된 뒤 2008년 개정돼 지원 범위가 확대되고, 2011년 특별법으로 격상돼 낙후성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접경지역은 재정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특히 연천·강화·옹진군처럼 접경지역이자 인구감소지역이면 2주택자도 1주택자처럼 종부세와 양도세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북면은 요건을 모두 충족했는데도 접경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가평군이 인구 위기 극복에 한계를 느낄 무렵, 정부는 '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1월 도입된 생활인구는 외국인, 관광객, 워케이션 근무, 업무·교류, '5도 2촌' 등으로 체류하는 인구를 말한다.

가평군은 인구감소지역인 만큼 접경지역으로 지정되면 '세컨드홈' 혜택으로 생활인구 유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와 국회 등에 접경지역 지정을 지속해서 건의하는 이유다.

가평군은 관광에 주목했다.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생활인구를 늘리기로 했고 서태원 군수는 연간 관광객 1천만명을 목표로 동분서주했다.

각종 혜택과 지원을 받는 소규모 관광단지 최소 지정 기준을 5만㎡에서 3만㎡로 낮춰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가평 북면 높이 30m 스카이 타워

가평 북면 높이 30m 스카이 타워

[가평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생활 인구 늘려 마을 소멸 극복…관광 인프라 확충

정부가 지난 1∼3월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에 3시간 이상 체류한 생활 인구를 산정한 결과 가평군은 약 55만명으로 실제 등록 인구의 9.9배로 집계돼 4위를 차지했다.

역시 관광이 주효했다는 게 가평군의 분석이다.

외지인에게 혜택을 주는 디지털 관광주민증도 접수 15일 만에 가평 전체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1만6천명이 발급받았다.

이를 토대로 가평군은 북면에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고, 상징적으로 높이 30m짜리 스카이 타워를 건립해 지난 5월 개장했다.

이 타워는 북면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이자 LED 등 조명 335개가 설치된 야간 경관시설이다.

또 가평군은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북면에 미국과 영연방 4개국 참전용사 등을 기리는 안보 공원을 조성해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관광도시를 만들기로 했다.

이곳에 미국과 영연방 4개국 참전 기념비가 있는 것에 착안해 9만3천㎡ 규모의 관광안보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메모리얼파크, 가평전투 기념관 등과 함께 액티비티 시설을 설치해 관광객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북면과 가평읍을 잇는 국도 75호선 확장이 시급하다.

이 구간은 굴곡이 심해 교통사고가 잦은 데다 관광 성수기에는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을 빚기 때문이다.

서태원 군수는 "인구 소멸지역인 가평군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에 많이 배제된 상황"이라며 "불합리하게 제외된 접경지역에 포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kyo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7 07: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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