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 전면 개발 주장까지…항만업계 "한국 관문 가치 여전"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올해로 준공 50주년을 맞은 인천항 현대식 갑문의 이용 선박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50년 전인 1974년 준공된 인천항 현대식 갑문의 이용 선박 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계속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입출항 선박 수는 2005년 역대 최대치인 1만3천173척을 기록했으나 이후 매년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5분의 1 수준인 2천241척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1∼7월 갑문 이용 선박 수 1천104척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천356척보다 19% 감소한 수준이다.
2개 갑거(수로)로 구성된 갑문은 하루 최대 52척을 수용할 수 있으나 올해 하루 평균 입출항 선박 수는 5척에 불과하다.
IPA는 갑문 안쪽 내항에 자리 잡았던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이 2020년 송도로 이전하면서 갑문 입출항 선박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외항인 인천 북항과 신항으로도 내항 화물 물동량이 일부 빠져나가 갑문 이용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내항 기능을 축소해 부두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일대를 재개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는 이미 재개발 절차를 밟고 있는 내항 1·8부두뿐만 아니라 2∼7부두까지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해 신성장산업과 문화·관광 거점을 조성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항만업계는 수면적 151만㎡ 규모 내항이 갑문 덕분에 항상 일정한 수심을 유지할 수 있다며 전면 재개발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항과 달리 파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잔잔한 호수 형태의 내항은 차량이나 벌크 화물 선적에 유리하다.
한국지엠(GM) 부평공장과 현대제철 인천공장 등 기업들은 내항이 없어지면 차량과 철강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항을 통한 곡식과 사료 등 벌크 화물 수출도 활발해 일대에는 이미 많은 곡식 저장고(사일로)가 운영 중이기도 하다.
특히 인천항 갑문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 관문 역할을 하면서 국내 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만큼, 기능 축소 결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항만업계는 강조했다.
앞서 대한토목학회는 인천항 갑문의 가치를 인정해 지난 3월 올해 대한민국 토목문화유산으로 갑문을 선정하기도 했다.
인천내항부두운영주식회사(IPOC) 관계자는 "내항을 모두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인천 지역경제를 죽인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미리 개발한다고 발표해놓으니 불안감만 커지는 상황인데 지방자치단체에서 항만업계의 목소리를 좀 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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