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로가 피투성이였다. (베이루트) 교외 일대는 좀비 도시를 방불케 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 등이 소지한 무선호출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는 사건이 벌어진 17일(현지시간) 아메리칸대학 베이루트 메디컬 센터 앞에서 미국 CNN 방송 취재진과 만난 한 목격자는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인터넷으로 관련 소식을 듣고 베이루트 남부 교외지역으로 달려갔다는 그는 다친 사람들이 길에 쓰러져 있었고 일부는 자기 친구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차를 몰아 출근하던 길에 사건 현장에 모인 인파와 마주쳤다는 또 다른 목격자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놀랐다. 길에는 피가 있었고, 구급차로 사람들이 병원에 옮겨지고 있었다. 우린 뭐가 벌어졌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 목격자는 이후 무선호출기를 갖고 있다가 폭발에 휘말린 친구를 만나기 위해 병원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기계는 (헤즈볼라에) 소속된 사람들의 손에만 있던 게 아니라 모두가 갖고 있던 것"이라면서 "보안업계에 일하며 그걸 쓰다가 다친 사람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레바논 당국은 이날 오후 3시 30분을 전후해 자국 내에서 사용되던 무선호출기 수천 대가 폭발해 9명이 숨지고 최소 3천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다친 피해자에는 헤즈볼라 조직원 외에 모즈타바 아마니 주레바논 이란 대사 등도 포함됐고, 이웃 시리아에서도 최소 14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한 헤즈볼라는 18일 오전 성명을 내고 보복을 공언했다.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이스라엘군(IDF)은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hwang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8 17: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