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훼손" vs "경기 부양"…제주도 "쟁점 철저 검증"
환경영향평가·토지 보상 등 이후 과정도 험로 예고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이 나왔지만, 연착륙까지는 환경 문제 등 각종 쟁점 사항 검증, 주민 수용성 확보 등 과제가 쌓여있다.
고시 이후 진행될 환경영향평가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제주도가 심의하며 제주도의회가 동의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그간 기본계획 고시 이후는 사업 추진에 중요한 환경영향평가 심의·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로 '제주도의 시간'이라고 표현해 왔다.
제2공항은 2015년 11월 첫 계획이 발표된 뒤 기본계획 고시까지 9년 가까이 걸렸으며 그간 많은 갈등을 빚어왔다.
찬성단체들은 건설 경기 부양과 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제2공항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단체들은 불필요한 제2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한다.
◇ '제주도의 시간' 환경영향평가…환경문제·수요예측·조류 충돌 위험 등 진통 불가피
2015년 11월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계획 발표 이후 지역사회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상당한 진통을 겪어왔다.
국토부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이하 전략평가) 등의 과정에서도 항공 수요 예측, 조류 충돌 위험성, 법정 보호종 보호 방안, 숨골 가치 평가 문제,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 등이 이미 큰 쟁점으로 다뤄졌다.
우선 항공 수요 예측과 관련, 국토부는 당초 2055년 기준 제주지역 전체 연간 항공 여객 수요를 4천109만명(국내선 3천797만명, 국제선 311만명)으로 예측했다가 코로나19 이후 연간 3천970만명으로 축소했다.
이에 대해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도민회의)는 "과거 일시적인 관광객 급증 경향을 지속적인 증가 현상으로 오인한 것이며 노령화로 인한 인구구성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엉터리 항공 수요 예측"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2공항 예정지 주변에 철새도래지가 다수 있어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진다.
환경부는 2019년 전략평가 심의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 평가가 미흡하다며 국토부에 보완을 요구한 바 있으며 지난해 3월 협의를 마치면서도 조류 충돌 방지대책과 관리 계획을 사전에 수립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도민회의 역시 철새도래지로 인한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을 제기한다.
환경부는 또 지난해 전략평가 협의를 내주면서도 제2공항 예정지의 맹꽁이 등 법정 보호 생물 보호 방안, 숨골 영향 등 현황 조사와 공사 시 피해 저감 방안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제2공항에 대한 입지 주민 의견 등 지역사회 여론의 향배도 관건이다.
제2공항 사업과 관련 연합뉴스를 비롯한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 등 2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2021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찬성보다 2.9∼7.3% 포인트 높게 나왔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지역 주민들은 제2공항 건설에 대해 64.9%(한국갤럽), 65.6%(엠브레인)로 2개 여론조사 모두 찬성이 우세했다.
또한 도민회의는 제2공항 예정지와 약 1.2㎞ 떨어진 수산동굴의 길이가 기존 알려진 것보다 길며 다른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을 정밀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는 앞으로 진행할 계획인 환경영향평가 심의 단계에서 이 같은 쟁점 사항을 철저히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오 지사는 지난 7월 1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토부가 제2공항 관련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준비할 텐데, 그러려면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위원회를 설치해 심의해야 한다"며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제출하면 제주도가 심의 등 여러 가지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고 심의 과정에서 기존에 제기된 쟁점들이 충분히 걸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2공항 심의 과정에서 갈등이 심해진다면 심의 관련 위원회에서 갈등 관리를 하는 별도의 조정협의회 구성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제주의 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해 제주공항과 별도의 활주로 및 여객터미널 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찬성 단체들도 공항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지역 경제 발전 등을 이유로 속도감 있게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도민회의 등 반대단체들은 현 제주공항 확장만으로도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 가능하고 제2공항 계획이 부실하게 강행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전략평가 과정에서 환경 전문기관들이 지적했던 제2공항 예정 부지와 주변 지역의 환경에 미칠 치명적인 피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도민 결정권을 존중해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가 한동안 잠잠했던 투기와 난개발 붐을 다시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 기본계획 고시까지 9년…환경영향평가 관문 뚫고 날 수 있을까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는 계획이 처음 발표된 지 8년 10개월 만이다.
국토부는 2015년 11월 제2공항 계획 발표 이후 2016년 제2공항 관련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했다.
2018년 12월에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 수립용역에 착수했으며 기본계획안 수립에 따른 전략평가서 초안을 2019년 6월 공개하고 이를 환경부에 제출, 협의 절차를 시작했다.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진행하는 전략평가는 상위 계획을 세울 때 환경적 측면, 입지 타당성 등 사업 전반적인 요소를 검토하는 계획서다. 본격적인 환경영향평가에 앞서 별도로 이뤄진다.
이미 국토부와 환경부의 제2공항 전략평가서 협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평가서에 대해 2019년 10월과 그해 12월 2차례 보완을 요구했고 국토부는 보완 요구를 받을 때마다 추가 조사 과정을 거쳐 각각 재보완서를 제출했다.
환경부는 2020년 6월 3번째 제출된 국토부의 재보완서를 검토했지만 2021년 7월 '반려' 결정했다.
결국 원점에서 전략평가서 검토에 들어간 국토부는 첫 전략평가서를 제출한 지 4년 만인 2023년 3월이 돼서야 조건부로 환경부의 심의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전략평가에 대한 환경부 동의 직후 기본계획 확정을 위해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공개하고 제주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
제주도는 약 3개월가량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난해 6월 말 2만5천700여명이 제출한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이후 1년 넘게 기재부와 예산 협의 절차 등을 하고 이번에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2공항은 서귀포시 동부지역인 성산읍 일원 550만6천201㎡ 부지에 총 5조4천532억원(2단계 사업 미포함)을 들여 조성된다.
활주로는 길이 3천200m, 폭 45m의 1본으로, 전 세계 대형 기종의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다.
이상일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관은 5일 "기본계획 고시를 계기로 향후 절차를 관계 법령 등 규정에 맞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친환경 공항 건설을 비롯하여 구체적인 공항 건설 및 운영방안에 대해 지역과 협의하여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 제주공항 활주로 용량이 2019년 이미 초과했고 기상 여건에 따른 결항, 지연, 불편, 혼잡 등 안전 문제가 상존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부는 이미 포화에 이른 제주 항공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 기존 제주공항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두 번째 공항인 제2공항을 개항해 제주에서 두 개의 공항을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앞으로 기본설계 절차를 진행하고 대규모 공사에 따른 환경영향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과정을 밟게 된다.
최소 1년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이 마무리되면 제주도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후 제주도의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만약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까지 통과하면 국토부는 실시설계와 동시에 입지 주민에 대한 토지 보상을 진행하면서 입지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에는 설계 계획 승인·고시 등 사실상의 제2공항 착공 단계에 접어든다.
그러나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심의·동의 과정에서 지역사회에서 찬반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여 착공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제주도의 심의 및 제주도의회 동의,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입지 지역 토지 보상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공항 착공까지만 앞으로 5년 안팎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착공 이후 완공까지 공사 기간만 5년을 잡고 있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공항 완공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공항이 정상 개항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와 기본 설계 용역 과정에 제주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하고 추가로 2단계 사업 추진 시 제주도가 시설 개발에 적극 참여해 수익을 도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김형섭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지속해 수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kos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11: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