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하수처리시설 해양 방류관 공사 구역서 옮겨 '보호'…조건부 가결
'국내 첫 사례' 주목…"고도의 기술·주의 요구" 종합적 검토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제주도의 하수 처리 용량을 확충하기 위한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천연기념물 '해송' 일부가 옮겨진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사례로, 충분한 준비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자연유산위원회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천연기념물 '해송'과 '긴가지해송'을 이식하기 위한 자연유산 행위 허가 신청 안건을 심의해 조건부 가결했다.
이식 대상은 '해송' 1개체, '긴가지해송' 3개체 등이다.
'바다의 소나무'라 불리는 해송은 산호의 일종이다.
제주 연안이나 대한해협, 일본, 대만 등지에서 주로 자라며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긴가지해송'은 잔가지들이 길고 날씬한 점이 특징이며 남해와 제주 해역의 수심 15∼100m 구간에서 주로 서식한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 측은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 중 해양 방류관 설치 예정지에서 '해송' 서식을 확인하고 이식을 위한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은 제주 도두동에 있는 하수처리장을 증설하는 대규모 공사다.
하수처리시설을 지하로 내리고 지상에는 생태숲과 산책로 등을 갖춘 공원을 조성하는 한편, 하수 처리 용량을 현재 13만t에서 22만t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도 측은 2025년까지 해양 방류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현지 조사 과정에서 방류관 인근 지점에서 '해송'이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확인된 '해송'은 높이가 약 47㎝, 너비가 30㎝ 정도이다. 총 3개체가 확인된 '긴가지해송'의 경우, 높이가 최대 1m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개체는 서식 환경이 비슷한 지역으로 약 1㎞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유산위원회에 따르면 사업자 측에서는 해양 방류 관로를 변경하면 각종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고 공사가 지연돼 주민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송'과 '긴가지해송' 이식을 위해서는 검토해야 할 점이 많다.
국내에서 '해송' 이식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해송은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로 보호·관리되고 있는 보호종이다.
해외에서 발표한 논문 중에는 쿠바, 인도네시아, 하와이 등에서 해송류 조각을 이식해 평균 생존율을 연구한 결과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식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을 서면 검토한 한 전문가는 "고도의 기술과 주의가 요구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원회에 낸 의견서에서 "국내외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으나 완전한 기술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라며 서식지 조건 유지, 해송이 부착된 암반 굴착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를 고려해 "이식 관련 절차 및 이식 경과 사항을 기록해 국가유산청으로 제출하고 전문가가 진행하는 사후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을 조건으로 걸어 가결 판단을 내렸다.
구체적인 이식 시점 및 계획은 추후 논의를 거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ye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9 06: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