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스 디턴 신간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은 스코틀랜드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보내며 어렵게 공부한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 채용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런 그에게 미국은 "고마운" 존재이자 "감탄스러운" 기회의 땅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진 않았다. 많이 배우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 이른바 사회적 약자들은 기회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다.
예컨대 미국의 불평등 지수는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고, 사회안전망은 거의 부재하다시피 할 정도로 허술하다. 못 배웠는데, 아프기까지 하면 기회는 고사하고 벼랑으로 떨어지기에 십상인 셈이다. 요컨대 미국은 약자에게 불친절한 곳이었다.
최근 출간된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한국경제신문)은 미국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들여다본 책이다. 저자인 디턴은 지난 25년간 영국 왕립경제학회에 미국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살펴보는 정기적인 글을 기고했는데, 책은 이 원고 내용을 토대로 2023년까지의 상황을 반영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가령 '패스트푸드와 최저임금' 부분은 199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최저임금 논쟁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여전히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최저임금 논란의 현재성을 짚는다.
책에 따르면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는 다양한 사례조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저임금의 소폭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제학자 절반이 이들의 학문 성과를 지지했으나 최저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주별로 조금씩 올랐지만, 시간당 7.25 달러로 고정된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7월 이후 인상되지 않았다.
패스트푸드 업계의 막강한 로비력과 우파 경제학자들의 반대가 격렬했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제임스 뷰캐넌은 "어떤 물리학자도 '물이 아래서 위로 흐른다'고 주장하지 않듯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경제학자라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저자의 입장은 카드와 크루거 등 진보적 경제학자들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최저임금 연구가 1996년부터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머나먼 길을 걸어왔다고 설명하면서 "오늘날 일부 고용주들이 임금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저학력 미국인 노동자의 생활 수준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하나의 원인이라는 점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밖에도 수술 경험을 통해서 바라본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 빈곤의 원인과 해결 방법에 관한 논쟁, 소득과 자산 그리고 건강 불평등 문제, 경제학계가 돌아가는 방식, 노벨상 및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얽힌 이야기 등을 책에 담았다.
안현실 등 옮김. 336쪽.
buff2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17: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