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유명환·천영우, 국립외교원 행사에서 밝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과거 정부에 몸담았던 전직 외교장관들이 5일 한국 자체 핵무장은 현재로선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라고 한 목소리로 일축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주최한 서울외교포럼2024 '전직 외교안보리더 라운드테이블'에서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을 철수하고 '알아서 하라'고 말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도 당연히 핵옵션을 생각해야 된다"면서도 "아직 그런 상황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자체 핵무장을 고려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공약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는 곧바로 한미동맹에 근본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 결과로 "고립주의 방향으로 치닫고,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이 실질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약화하는 상황이 와서 엄청난 안보 불안감이 한국에서 조성될 경우 (자체 핵무장이) 합당하게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이 경우라도 "핵옵션의 비용효과를 철저하게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유명환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도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은 "이론적으론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 국제정세나 미국 입장을 볼 때 현실적인 선택지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에 대한 한국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미국이 '정말 우리를 지켜줄까'하는 불안감이나 의구심은 아무리 많은 선언이 나와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본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공격하면 체제 종식을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이것보다 강한 약속이 어딨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장억제를 계속 미국이 강조하고 온갖 회의체 만들고 해도 의구심이 남아있는데 앞으로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과제"라며 한미 양국이 "눈만 봐도 믿을 수 있는 동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천 이사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민감한 군사기술 등을 넘겨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북한이 이를 규탄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대를 표명하고 실제로 군사원조까지 나섰는데 "모른 척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kit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16:3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