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8년 만에 최초 형량인 '징역 1년' 판결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선고 결과를 듣고 법정에서 난동을 피운 피고인에게 판사가 원래 선고했던 형량의 3배를 즉석에서 올려 피고인이 긴 법적 싸움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다가 다시 항소심 재판부를 거쳐 무려 8년 만에 최초 선고했던 형량 그대로 판결이 나왔다.
5일 의정부지법이 공개한 판결문을 보면 무고 및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재판받던 A씨는 1심 선고일이던 2016년 9월 22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다"는 재판장의 주문 내용을 들었다.
이에 A씨가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따위야"라는 등의 말과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리자 교도관들이 A씨를 구치감으로 끌고 갔다.
그러나 재판장은 A씨를 다시 법정으로 불러냈다.
이 재판장은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해 선고형을 정정한다"면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한순간에 형량이 3배로 올라갔고, A씨는 당연히 항소했다.
2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은 2017년 2월 4일 "피고인이 법정 바깥으로 나가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판결 선고가 끝난 것이 아니고, 그때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해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적법하다"며 선고 절차의 위법성이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양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만을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3년이 아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반전은 대법원에서 일어났다.
2022년 5월 13일 대법원은 "판결 선고 절차와 변경 선고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 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도 변경 선고가 무제한 허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재판장이 일단 주문을 낭독해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이상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되는 특별한 경우에 변경 선고가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선고기일에 피고인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아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환송된 사건을 다시 심리한 의정부지법 형사합의3부(이성균 부장판사)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8년 만에 '원래대로 되돌려진' 판결 선고가 이뤄진 날 A씨는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A씨는 2012년 4월 차용증을 위조해 경찰서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고 허위의 고소장을 제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내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되긴 했었으나 대법원의 직권 취소로 구속기간은 원래의 형기인 딱 1년만을 채웠다.
suk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15: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