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독자핵무장 가능한가…미, 중국서 '한반도 비핵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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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美와 맺은 원자력협정 차이 커…日, '비핵 3원칙'속 재처리·농축 기술 갖춰

베이징서 회담하는 미 설리번과 중 왕이

베이징서 회담하는 미 설리번과 중 왕이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네번째)이 27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네번째)과 회담하고 있다. 2024.08.28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미국이 경쟁국인 중국에 한반도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독자 핵무장론이 힘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 방중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필두로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중국군 2인자'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 중국의 외교안보 정책결정권자를 두루 만났다.

설리번 보좌관은 방중 결과 브리핑에서 "(베이징에서 참석한) 모든 회의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미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으로 날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민주당 정강에서 비핵화가 빠졌지만,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가 전략적 목표임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에 더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함으로써 남북한 모두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사령탑이 남북한이 아닌 제3국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사실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답변하는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답변하는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9.2 hama@yna.co.kr

사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핵사용에 대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실질적인 위협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에서는 자체 핵무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국방정책을 총괄하게 된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은 2020년 한 세미나에서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것이다. 북한과 일본까지 핵무장을 하면 주변국으로부터 핵으로 포위된다. 핵무장 없이 우리의 생존과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남한의 핵무장 또는 잠재력에 대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질문에 "모든 가능성 중에 그것도 하나 포함된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남한 핵무장은 북한 핵무장만큼이나 민감한 이슈여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남한의 독자 핵무장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는 지난 7월 미국의소리(VOA)방송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개발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일 것이며 본질적으로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위반하는 국제적 '왕따 국가'(pariah)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지난 4일 제5차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 고도화에 따라 남한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 것도 이런 미국 입장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북핵에 대응하는 가장 최적의 방안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워싱턴 선언을 통해 발족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EDSCG를 통해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픽> 한미원자력협정 주요내용

<그래픽> 한미원자력협정 주요내용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외교부는 4일 미국 의회의 개정 한미 원자력협정 검토 절차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완료됐다는 미국 국무부의 통보를 지난 2일에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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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내에서 정치권과 보수 인사들을 중심으로 독자 핵무장 목소리가 커지면서 원자력 기술 발전의 기회가 제약받고 오히려 핵무장의 잠재력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플루토늄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없고,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원심분리기 등도 보유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도 재처리는 인정받지 못했고, 핵무기로 전용이 불가능한 재활용 기술(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만 일부 허용받았다.

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고 있는 일본과 비교된다.

일본은 1977년에 도카이 재처리공장이 시운전을 시작했고 로카쇼의 대형 재처리공장도 1993년에 착공해 2006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또 원심분리기를 갖추고 원자로에 들어갈 연료로 사용하는 저농축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이런 기술과 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데는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총리에 의해 만들어진 '비핵 3원칙'이라는 국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으로, 일본 국민들은 이 원칙에 순응하며 핵무장 반대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국내의 핵무장 주장은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다양한 제약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독자적 원자력 기술 확보를 옥죄고 자체 핵무장 기술력 확보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우리가 일본과 달리 핵무장을 앞세우면서 미국에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더군다나 국가 차원의 핵무장 추진 경력이 있고 국민 다수도 이에 찬성하고 있어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y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7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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