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가족으로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 외면할 수 없었죠"

2 months ago 2
오진송 기자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 감시한 김동호 씨…복지부 장관 표창

"자살정보 삭제 제도 마련해야…예방교육, 자살률 줄이는 첫걸음"

'한 번만 더' 동상

'한 번만 더' 동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후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하고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오랫동안 힘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인 자살을 외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전남밀알복지재단 장애인시설에서 소방안전관리자로 일하는 사회복지사 김동호(31)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살 유가족으로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1년 1월부터 4년째 신문이나 방송,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자살 유해 정보를 찾아 신고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일 열린 2024년 자살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늘 정신이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방법인데 주변 사람들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경위를 숨기라고 해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씁쓸해했다.

자살예방활동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수상한 사회복지사 김동호(31) 씨

자살예방활동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수상한 사회복지사 김동호(31) 씨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뉴스에서 자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났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 더는 자살이라는 주제를 외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1년 당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운영하던 '미디어패널단'에 들어가 자살보도권고기준이나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신문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을 찾아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신고하는 일을 했다.

2022년부터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살 유발정보 모니터링단 '지켜줌인(人)'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를 감시하는 활동을 했다.

김씨는 "SNS에 올라온 동반자살 모집 글이나 자살 약물 판매 게시물을 모아서 경찰청에서 사이버범죄 예방을 위해 운영하는 '누리캅스'에 신고하거나, 엑스(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SNS 플랫폼에 직접 신고해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자살 유발 정보를 들여다보는 일이 심리적으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 자극적이고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활동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도 말했다.

김 씨는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연예인들에 대한 악플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포털사이트 연예 기사에 댓글을 달지 못하게 됐는데, 마찬가지로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자살 유발 정보를 신고해도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게시물이 삭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물을 삭제하기는 더욱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인 만큼 법과 제도적으로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신속히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 예방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 환기도 강조했다.

김씨는 "자살 전에 '자살 징후'가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 징후를 파악해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번이나 지역별로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안내해줄 수 있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자살 예방 교육이 자살률을 줄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i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07: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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