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개돼지', '조센징' 부르기도…"죽을 뻔한 경험 쌓여야 의사 존경"
의협 관계자 "부끄러운 행동 자제해야"…복지부 "이르면 오늘 중 수사 의뢰"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성서호 기자 =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서 일부 의대생들이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감흥 없다" 등 패륜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도를 넘은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따라 나오며 지탄을 받자 의사 사회 내부에서도 '자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죽어도 감흥 없다", 1천명씩 죽으면 좋겠다", 드러누울수록 의사 가치는 오른다"
11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젊은 의사 중심의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 등의 의료공백 사태를 두고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국민을 '견민', '개돼지', '조센징'이라고 칭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의대생은 최근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이라며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임"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에는 비속어를 섞어 '감흥 있다. 흥이 난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의대생은 "(개돼지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온몸이 마비되고,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이고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며 "그러면 치료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일단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에 안도와 감사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패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사용자는 의대생 게시판에 "조선인들 죽는 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뉴스에 나올 때마다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적었다.
다른 의대생도 "견민 개돼지들(국민에 대한 멸칭) 더 죽이면 이득"이라며 의대생 동료들을 향해 "나중에 의사가 되더라도 무조건 사회의 후생을 조져버리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그게 복수다"라고 했다.
또 "매일 1천명씩 죽어나갔으면 좋겠다"는 글에는 '이걸 방해하는 자들이 부역자'라며 복귀 전공의 등 현장에 남은 의료진을 비난하는 듯한 댓글도 달렸다.
한 의대생은 '드러누울수록 의사는 오히려 가치가 올라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의사는 검사, 변호사 따위와 달리 원초적이고 필수적이며 대체 불가기 때문에 의사들이 일을 안 할수록 상대적 가치가 더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이 글 작성자는 "개돼지들 인터넷으로 (의사) 욕하다가도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면 바로 주변에 의사 있나 찾을 것"이라며 "(현 상황이) 특정 한계치를 넘으면 조선 개돼지들은 이를 갈면서도 (정부에) 의사들의 어떤 요구도 다 들어주라고 하게 돼있다.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조선 멸망하고 조선인들 다 죽는 거 보고 싶다", "내가 미친 건지, 조센징들이 미친 건지, 이완용도 이해가 간다", "다 죽어라. 니들(정부)이랑 협의하는 단계는 지났다",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다. 조선인들 살리면 안 되는데" 등 부도덕한 발언들이 난무했다.
◇ 정부, 신속히 수사 의뢰…의료계 내부서도 "자중해야" 목소리
메디스태프를 통해 선을 넘는 발언이 이어지자 의사 사회에서도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임진수 기획이사는 이날 연합뉴스에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지극히 일부의 의견이겠지만, 이런 집단 광기가 자정되지 않고 불쑥 튀어나왔다는 건 의료계 입장에서도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과격한 의견에 편승하려는 사람들도 자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글들이 게재된 사실이 확인되자 관련 증거를 확보한 후 글 게시자들을 대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증거 자료를 확보해 가능하면 오늘 중 신속히 수사 기관에 수사 의뢰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디스태프에서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벌어진 후 사직하지 않거나 복귀를 시도하는 전공의들을 향한 '신상털기'와 '조리돌림'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을 '참의사'라고 비꼬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블랙리스트가 꾸준히 나돌자 경찰은 이를 수사 중이다.
최근에는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 등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의협은 전날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실명 공개 등 블랙리스트 작성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비난하며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의료계일수록 이런 상황에 대해 더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h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15: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