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 역사·문화 가치 인정받아 2022년 시 문화재 등재
"한국 대표 지역특산주 목표로 계속 도전할 것"
[※편집자 주 = 한 지역의 특산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 고장을 대표하는 술입니다. 지역특산주는 외지에서 찾아온 방문객에게는 훌륭한 관광상품이자 주민들에게는 팍팍한 삶의 애환을 달래는 친근한 벗이기도 합니다. 연합뉴스는 추석을 맞아 인천을 대표하는 술과 그 술을 빚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획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에는 '따뜻한 샘물이 나는 마을'이란 뜻을 가진 온수리가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온수리 일대 지하수는 예로부터 '약수천'으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았는데 그만큼 맛 좋은 술을 빚어내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양태석(49) 금풍양조장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쳐 3대째 이곳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며 고장을 대표하는 막걸리의 명맥을 잇고 있다.
◇ 다양한 내력의 금풍양조장…가업 이어간 아들
금풍양조장은 2020년 양 대표를 새 주인으로 맞이하기까지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다양한 내력을 쌓아왔다.
목조로 지어진 금풍양조장은 기록상으로는 1931년 건축물대장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실제로는 1920년대부터 양조장이 운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번듯한 상표를 붙인 상품이 아니라 그저 막걸리가 나오면 동네 주민들이 쌈짓돈을 내고 말통이나 주전자에 받아 가던 시절이었다.
금풍양조장은 정미소를 운영하던 양 대표의 할아버지가 1969년 양조장을 인수하며 이들 삼대와 인연을 맺게 됐다.
집안의 막내아들이던 양 대표가 처음부터 가업을 잇는 것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강화에서 나고 자란 양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0여년간 마케팅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고향 땅 양조장의 존재는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있었으나 막걸리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만큼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양 대표의 아버지 역시 2011년부터는 양조장을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해 금풍양조장에서는 한동안 막걸리가 아닌 다른 방식의 전통주가 생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풍양조장이라는 공간에 담긴 가치와 매력을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양 대표는 양조장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어보고 싶었다.
양 대표는 "금풍양조장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단순히 술만 빚어내는 곳이 아닌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양조장 운영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처음에는 만류하셨다"며 "사업 계획을 자세히 설명한 끝에 허락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강화섬쌀과 온수리 지하수로 재탄생한 막걸리
양 대표는 옛 양조장 건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 자신만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맛 좋기로 정평이 난 강화섬쌀과 온수리 지하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금풍양조 막걸리를 개발해 지역특산주 제조 면허를 취득했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따면 면허 취득자가 인터넷·통신판매를 할 수 있어 온라인 판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또 프리미엄 막걸리를 표방하며 금학탁주 골드·그린·블랙 라인을 만들어 상품 다양화에 나섰다. 금학탁주 그린의 경우 강화 인삼을 넣어 지역특산주로서 정체성을 한층 강화했다.
양 대표는 금풍양조장의 새 정체성을 갖춰나가면서도 누구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했다.
1층 공간은 사무실·생산실과 함께 막걸리 상품을 둘러보거나 시음할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나무 계단으로 이어진 2층은 옛 방식으로 밀가루를 말리던 장소를 그대로 살려 100년 역사를 간직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풍양조장은 개항기 이후 지역 산업 변천사가 담긴 건축물로서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2년 10월 인천시 등록문화재로 등재되기도 했다.
양 대표는 "안전상 문제가 없는 선에서 최대한 양조장의 원형을 보존하려고 한다"며 "금풍양조장이 하나의 관광지로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특산품 활용한 막걸리 밀키트…끝없는 도전
주류 제조업 종사자로서 양 대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낸다.
금풍양조장의 막걸리는 기본적으로 2차례 빚어내는 '덧술' 형태로 작업이 진행된다.
옛날 건물이다 보니 자동화 설비를 들이기에 적합하지 않아 불편이 있더라도 대부분 생산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매달 막걸리 3천병 규모의 수량을 맞추려면 재료 준비부터 발효·숙성 작업까지 빠듯한 일정이 이어진다.
고된 작업에도 강화도의 자랑거리인 강화섬쌀과 온수리 지하수로 정성스레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은 양 대표에게 삶의 원동력과 같다.
말 그대로 강화도 자체를 담아낸 막걸리를 생산하는 만큼 고향을 향한 애정과 관심도 커졌다고 한다.
그는 금풍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를 전국 각지는 물론 미국과 싱가포르 등지로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강화도 특산품인 순무와 약쑥 등을 활용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막걸리 밀키트'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양 대표는 17일 "강화의 향이나 맛을 제대로 알려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특산주로 나아갈 것"이라며 "금풍양조장과 함께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7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