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횡령·배임서 사건 시작…전 사위 채용 문제로 확대
李 연루된 사건들 유죄로 총 10년 실형…文 조사 시기·방식은 미정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정치권에서 소문만 무성했던 이상직 전 의원을 둘러싼 4가지 의혹 중 3가지는 법원의 '유죄' 판단으로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전 의원은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이 중 일부는 빼돌려 자신과 그 가족이 나눠 썼다. 이 의혹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와 사실로 굳어졌다.
그는 또 항공사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가 미달하거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를 채용하도록 인사 담당자에게 지시했다.
여기에 전망이 불투명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하면서 이스타항공 자금을 끌어 써 결과적으로 회사에 큰 경제적 손실을 안겼다.
이들 두 가지 의혹은 각각 항소심과 1심에서 이 전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의심이 확신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제 마지막 하나. 재판까지 이뤄진 다른 건과 달리, 아직도 검찰이 수사 중인 '문재인 전 대통령 옛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만 남았다.
◇ 文 정부 말기에 국민의힘 등 4건 고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해당하는 2020∼2021년 무렵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과 시민단체는 이 전 의원의 지역구(전주시을)인 전주지검에 4건의 고발장을 냈다.
구체적으로 ▲ 이스타항공 횡령·배임(2020년 9월) ▲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2021년 4월) ▲ 타이이스타젯 배임(2021년 5월) ▲ 문 전 대통령 사위 부정 채용(2021년 12월) 등이다.
이 모든 사건에 연루된 이 전 의원은 당시 '망신 주기', '마녀사냥' 등의 발언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영장실질심사에 당당하게 응하겠다"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단언했다.
부실한 경영으로 파탄 직전까지 내몰렸던 당시 이스타항공의 조종사 노조는 이 전 의원이 법정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불사조다', '부처님이 됐다'라고 웃으며 무죄를 자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물적 증거와 주변 증언 등을 토대로 이 전 의원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스타항공 최고 경영자로서 그룹 내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했다"며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부정 채용 건에 대해서는 "취업 준비생의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했다"고 꾸짖으며 징역 1년 6개월을, 타이이스타젯 배임 건에 대해서는 "이스타항공에 명백한 손해를 끼쳤다"며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정 채용 건과 별도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공무원 자녀 특혜 채용' 사건에 대해서도 이 전 의원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판결도 있지만, 이 전 의원이 이스타항공과 관련해 현재까지 받은 형을 더하면 모두 9년 10개월이다.
◇ "타이이스타젯 이상직 설립"…법원 판단에 수사 탄력
일찍이 기소가 이뤄진 나머지 3건과 다르게 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 씨의 부정 채용 의혹은 지난해까지도 수사 흐름이 비교적 더뎠다.
아무래도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 연루된 사건이다 보니 검찰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있다. 그런 의심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시 이창수 전주지검장은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신속하게 수사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답했다.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속도를 붙인 것은 올해 초 이 전 의원의 재판에서 주목할 만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이후였다.
이 전 의원은 줄곧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은 무관하다'라며 배임 의혹을 부인했지만, 지난 1월 24일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 상태였는데도, 독단적으로 회사 자금을 끌어 써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의원이 서씨의 취업을 도와 결과적으로 문 전 대통령에게 이득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밝히려면, 먼저 이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것부터 입증해야 하는데 법원의 판단으로 이를 해소한 셈이다.
그 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주요 인사들이 줄소환됐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과 김종호 전 공직기강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 최수규 전 중기부 차관, 주영훈 전 경호처장 등이 잇따라 조사를 받았다.
이 가운데 조 전 인사수석은 지난 5월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검찰의 이번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배후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 문 전 대통령 소환할까…檢 신중 기류
현재까지 검찰 수사 흐름상 이 사건의 핵심은 이 전 의원→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뇌물수수 의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같은 해 8월 항공업계 근무 경력이 없는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취업한 데에는 대가성이 있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문 전 대통령이 서씨 취업 이후 딸인 다혜씨에게 경제적 지원을 중단했으므로, 문 전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그만큼의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검찰의 법리 판단이다.
이득 금액은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에서 근무하며 20여개월 동안 받은 급여와 주거비 등을 합한 2억2천300만원이라고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돼 있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이 전 의원을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입건한 만큼 향후 이들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전 의원은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여서 대면 조사가 용이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야권의 저항이 거세 충분한 물증 없이는 소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명품 가방 수수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건희 여사 때처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거나 수사팀의 '방문 조사', 취재진의 포토라인을 피하는 '비공개 소환' 가능성 등이 법조계 안팎에서 거론된다.
현재까지 관련자 대부분을 불러 조사했고 핵심 참고인이 출석에 불응하자 공판 기일 전 증인신문까지 청구한 점 등으로 미뤄 검찰이 '서면 조사'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시기나 방식 등에 대해 "현재까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함구하고 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정해진 수순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서 이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같은 '논두렁 시계 2'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라며 "수사가 마무리되면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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