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벽' 우려에…"심사 강화 전 상담·신청은 대출내주도록"
"월평균 12조 주담대 상환액 활용해 실수요자에 우선 공급해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최근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관련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금융권에 주문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금감원이 개최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개인 고객 6명과 은행 영업점 직원 2명, 부동산 시장 전문가 4명, 금융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은행 대출 심사 강화 조치 이전 대출 신청을 접수했거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 신뢰 보호 차원에서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축소를 위한 전방위적 조치를 쏟아내는 가운데 이미 주택 계약을 마쳤거나 이사를 계획하며 자금 조달을 알아보던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은행권 관리 강화 조치 전 대출 상담 및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 거래가 확인된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창구를 아예 닫게 될 것이란 우려와 관련해서는 월평균 약 12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액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의 대출 규모 조절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앞서 은행이 연초에 세운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실적이 과도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이미 각 은행의 경영계획 수준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그는 "전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주담대 상환액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대출 규모를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에 대한 신규 자금도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나타날 수 있는 2금융권 풍선효과 우려와 관련해서는 "은행권뿐 아니라 보험·중소금융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해 관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간 쏠림 현상 방지를 위한 보험·상호금융권 주담대 일일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다.
다만, 이 원장 발언 중에 가계부채 관리·감독 부실 및 관치 금융에 대한 지적들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정부가 정책대출 증가세를 묵인하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두 달 연기하는 등 가계 대출 폭증 및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지속되지만,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권에 대한 주문 사항만 전달하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두 달간 시장금리 흐름과 역행해 대출금리를 20여차례 올린 것도 금감원이 지난 7월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 대출 관리를 강조한 이후 나타난 흐름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KBS에 출연해 "우리가 바란 건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포트폴리오 관리"라며 '더 센 개입'을 공개 예고하기도 했다.
sj997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4 10: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