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EU, 이란핵합의 부활 재추진…유엔총회 때 협의 개시 예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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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대통령 당선 뒤 제재해제 위한 개방행보 관측

현실은 '산 넘어 산'…트럼프 당선되면 '원래 없던일' 될 수도

폭사한 이스마일 하니예와 IRGC 지휘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모습을 그린 빌보드 앞을 걷는 테헤란 주민

폭사한 이스마일 하니예와 IRGC 지휘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모습을 그린 빌보드 앞을 걷는 테헤란 주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황철환 기자 = 이란과 유럽연합(EU)이 사실상 폐기된 이란핵합의의 부활을 위한 논의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논의는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무의미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정세를 고려할 때 구체화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9일(현지시간) 이란의 반관영 뉴스통신 ISNA와 EFE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런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양측은 가까운 시일 내에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렐 대표와 아락치 장관 간에 협정 부활과 관련한 좋은 협의가 있었다"면서 "다가오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이를 위해 당사자 간 대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6개국이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협약이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일부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들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게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제재를 복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이란핵합의 복원을 추진했으나 이란이 제재 복원에 맞춰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킨 터라 재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EU는 부활의 불씨를 살리려고 했으나 논의는 전혀 진척되지 않았고 합의는 현재로서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이란은 EU와 이란핵합의 부활을 협의할 시점으로 이달 열리는 유엔 총회를 거론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외교적 협의를 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EU와의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을 기대했다.

그는 "이란은 핵합의 약속을 온전히 지킨 유일한 당사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서명국이 책임감을 갖고 의무를 다할 때 합의가 부활할 수 있다. 일부 당사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신임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신임 외무장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핵합의의 부활을 위한 논의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단 이란의 핵 프로그램 진전 때문에 기존 합의가 액면 그대로 복원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재협상이 이뤄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란은 미국의 일방 탈퇴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높이는 등 행보를 보여왔다.

현재 수준에서 추가 농축 과정을 거치면 이란은 몇 주 내에 첫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얻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란이 핵합의 파기 이후 미신고 시설에서 비밀리에 핵활동을 진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IAEA의 투명한 사찰이 보장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세계정세도 이란핵합의 부활에 긍정적이지 않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서방과 이란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내 반미·반이스라엘 세력들이 속속 하마스측에 가담해 이스라엘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초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인사를 사살했고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를 보복공습했다.

이란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백발을 공급했다는 미국 언론발 보도가 나온 것도 악재다.

지난 7월 31일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대통령 취임식 때 폭사한 것도 향후 전개에 따라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란은 하니예 폭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피의 보복'을 공언한 상황이다.

다만 올해 7월 이란 대선에서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이란핵합의 부활에는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그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JCPOA 복원을 통한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이 직면한 경제난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 구성과정에서도 핵협상 타결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아락치를 외무장관으로 기용했다.

다만 이란혁명수비대를 비롯한 이란내 강경파들은 제한된 틀 안에서 새 행정부가 개방적 행보를 보이는 데에도 자주 회의적 시각을 내비친다.

일각에선 이란과 서방의 화해를 원치 않는 이스라엘이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 목적으로 하니예 암살을 강행했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가장 큰 변수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이란핵합의의 부활 가능성은 사라지고 대이란 추가제재까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에도 쌍방은 완전히 달라진 의제를 두고 험난한 재협상을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중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인터뷰 중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hyunmin623@yna.co.kr, hwang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0: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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