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육 투자전제는 '2천명 증원'…여야의정 결과에 달라질수도

2 months ago 1
김수현 기자

'의대 증원' 전폭 지원 의지…"의대들 6.5조원 요구 충분히 반영"

여야의정 협의체 결과가 '변수'…교육부 "투자계획, 여건 따라 변동 가능"

대학들, 불안감 못 감춰…"집단유급 대책 눈에 안 띈다" 지적도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의학교육 개선에 약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실제 이행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을 완전히 지우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정 협의체의 논의 결과에 따라 투자 계획의 전제로 세운 '2천명 증원'부터 흔들릴 수 있어서다.

대학이나 의료계에선 목표로 한 투자 기간 도중에 정권이 바뀔 경우 투자 계획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방안이 증원에 반대해온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의대 강의실에 심장학 이론서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의대 강의실에 심장학 이론서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교육부 "투자계획, 여건 따라 변동 가능"…대학들 우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10일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의 골자는 국립대 의대 시설 확충 등 교육부가 약 2조원, 전공의 수련교육 지원·권역 책임의료기관 개선 등 복지부가 약 3조원을 내년부터 2030년까지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증원 의대의 투자 계획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내년 의대 정원이 10% 이상 증원된 30개 대학은 당초 올해 4월 교육부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수요조사서'에서 총 6조5천억원을 요구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2조원가량은 대학의 자체 투자분을 포함한 것이라며, 실제 국고 투입분은 4조5천억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 투자 계획이 '2천명 증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증원 규모가 달라진다면 전체 투자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교육부 역시 "2030년까지 투자 계획은 추후 여건에 따라 변동이 가능하다"고 변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의대 2천명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규모를 '제로 베이스'로 논의하자고 의료계에 제안한 상태다.

이에 의료계는 2025학년도와 2026학년도 증원을 유예한 뒤 2027학년도 정원부터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으로 협의가 되든 증원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2025학년도 증원분을 자율 조정해 1천509명을 늘리고, 2026학년도부터 2천명 증원을 가정한 채 소요 예산, 교수 채용 등 계획을 세웠다.

증원 규모가 바뀔 경우 정부가 약속한 투자 계획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불안감이 적지 않다.

2026학년도 이후 증원 규모가 2025학년도와 견줘 크게 쪼그라들 경우,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년 투자 규모부터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극단적으로 2026학년도 증원 규모가 '0'이 될 경우, 투자 규모가 급감해 2025학년도 '반짝 증원'으로 입학한 학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대 교수 3명이 지난 9일 오후 충북대 의과대학 본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삭발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대 교수 3명이 지난 9일 오후 충북대 의과대학 본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삭발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의료계 설득할 수 있을까…"집단유급 대책 눈에 안 띈다" 지적도

이번 방안에서 정부가 2030년까지 연차별로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우선 1조1천641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는 것 외에 2030년까지 매년 의학교육 개선에 얼마나 투자할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예정된 투자 기간 내에 정권이 바뀔 경우, 투자 계획이 아예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증원 규모 변동으로 투자 계획이 얼마나 달라질지 등)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연차별 투자 계획은 (내부적으로) 잡아 놨다"면서 "(2030년까지) 중장기 투자 계획은 재정당국과 협의해 발표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번 방안이 증원으로 인한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하는 의료계를 설득하기엔 미흡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의대생 집단유급 사태로 인해 내년에 수업을 듣는 학생이 대거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강의실 리모델링 외에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대생들은 올해 2월 중순부터 7개월 가까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현실적으로 집단 유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학가의 전망이다.

특히 내년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 예과 1학년 3천명가량이 대거 유급되면 내년에는 예과 1학년 학생 7천500명가량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예과 1학년 때에는 특별한 실험 공간을 요구하기보다는 교양 과정이 많다"며 "기존 대학 시설을 활용해 수업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로 하는 공간은 신축해 본격적인 의학 공부를 하게 되는 때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4: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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