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의료정책 규탄' 1인 시위…"의료소비자 권익 위해 단체 구성"
"정부의 응급실 파행 부정은 거짓말…환자들, 다니던 병원에도 전원 못 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정부가 불합리한 의료정책으로 전공의들을 필수 의료에서 이탈시킨 것처럼, 불합리한 의료정책은 의료소비자, 혹은 일반 국민을 민영 영역으로 이탈시킬 것입니다."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 의사인 김찬규 씨는 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의료개혁정책을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규탄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김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3년 차 레지던트였지만, 정부의 의료정책에 문제의식을 느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씨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응급실 대란' 등 현재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문제가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의정 사태의 책임자가 전공의라고 하는 것은 저출생의 책임자를 젊은 여성, 민영화의 책임자를 시민이라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꼬집으면서 "(의정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고, 책임의 주체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부의 의료정책이 의료민영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은 사실상 의료민영화의 과정"이라며 "정부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해 추진한다는 '가치기반 지불제도'도 한 사람당 소비되는 의료비의 총지출을 제한해 과소진료를 유발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를 민영보험으로 눈 돌리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치기반 지불제도는 '60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가 고열로 병원을 찾으면 이 환자에게 들어갈 의료비 총지출액이 173만원'이라는 식으로 정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의사가 과소진료를 하게 되고, 국민은 대안을 찾기 위해 큰 병원이나 다양한 병원에 다니고 싶다는 욕구를 해소하고자 사보험이나 민영보험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이러한 정부의 의료정책으로부터 의료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간호사, 한의사, 교사, 작가, 직장인 등 비의료인들과 함께 '병원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의료소비자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이번 의정 사태에서 의사, 간호사, 환자, 정부 관료 등 여러 직역 간 갈등이 있었는데, 사실 그 사이에서 가장 외면받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집단이 '의료소비자'"라고 돌아봤다.
이어 "의료소비자는 직역 단체가 된 환자와 달리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고 의료 공공보험에 기여하는 직장인 등 건강보험 가입자"라며 "의료소비자의 권익을 대변할 필요가 있고, 의료인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 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현재 응급실 상황이 이전보다 확실히 나빠졌다며 정부가 응급실 파행을 부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의사들은 자기 병원 환자를 어떻게든 감당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그간 환자를 전원할 때 그 환자가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보내는 것은 일종의 '치트키'였다"며 "근데 지금은 팔로우해야 하는 환자만으로도 응급실이 과포화된 상태라 기존 환자도 받지 못하는 등 이전과 차이가 크다"고 토로했다.
di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17:1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