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룡 우키시마유족회 회장…사건 79년 만에 보유 명부 ¼만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생사를 확실히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다 죽고 난 뒤에 나와야 되는교? 이번에 몽땅 다 내놨어야지…"
약 80년 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 한국인들을 태운 우키시마호가 선체 폭발로 침몰한 사건으로 세 살 때 아버지를 잃은 한영룡 우키시마유족회 회장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뒤늦게 명부를 내놓은 데 한탄을 표했다.
그의 선친은 강제징용 영장을 받아 일본 아오모리 해군시설부에 해군 군속으로 일하다가 해방 후 고국 땅을 밟기 위해 탑승한 우키시마호가 원인 미상으로 침몰하면서 바다로 함께 가라앉았다.
1970년대부터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왔던 한 회장은 올해 여든두살이 됐다. 세월만 야속하게 흘렀을 뿐 아직 선친 이름을 사망자 명단에서 확인하거나 유골을 받아보지 못했다.
당시 함께 우키시마호에 승선해 돌아온 생존자 증언으로 아버지 사망을 전해 듣고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렀을 뿐이다. 아버지 사진 한장 없다. 공부하던 책자 한 권이 유일한 유품이라고 한다.
한 회장은 "곧 아버지 옆으로 가야 하는데 아버지한테 가서 할 얘기는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선친한테 '사망자 명단도 찾아놓고 아버지 유골도 대한민국 땅에다 모셔놓고 왔다'고 해야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호소했다.
외교부는 5일 일본 정부와 교섭을 통해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 일부를 받았다고 한일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 깜짝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승선자 명부가 없다고 주장해왔다가 지난 5월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요청을 받고 문서 3건을 공개하면서 문서 존재가 알려졌다.
이번에 한국이 일측으로부터 받은 명부 19건은 일본 정부가 보유한 우키시마호 사건 관련 명부 75건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한 회장은 "명부 75건을 다 받아야 하는데 빨리 받아서 가족들한테 빨리 알려줘야 안 되겠나"며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얼마 남지 않은 우키시마호 사망자 직계 유족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는 상황에서 남은 명부도 최대한 빨리 받아내 가족들한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선 전달한 19건을 제외한 나머지 자료도 내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회장은 명부를 은폐해오다 민간 요청으로 '강제로' 그 존재가 공개된 후에야 뒤늦게 한국에 제공한 일본 정부로부터 우리가 책임을 묻고 사과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사고 후 수년간 선체를 인양하거나 유해를 수습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고, 사건 7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명부 입수는 시작일 뿐 유골 조사·발굴·봉환과 진상규명도 여전히 남은 숙제다.
우키시마호 사건의 조선인 희생자 유해 275위(남한 기준)가 일본 도쿄도 사찰 유텐지에 안치돼있으며, 침몰지인 마이즈루 일대에도 유골 상당수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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