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복장·인권운동 통제 오히려 강화…반인도적 시위진압 책임 규명 요원"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이란의 '히잡 시위' 2주년을 맞아 유엔이 보고서를 통해 현지 여성 인권이 더욱 억압받고 있으며 부당한 시위 탄압의 책임도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인권 현황을 조사하는 유엔 독립 조사단은 1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마흐사 아미니(사망 당시 22세)의 사망 사건으로 시위가 발생한 지 2주년을 맞았지만 이란 정부가 여성의 기본권을 더욱 억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미니는 2022년 9월 13일 복장(히잡) 의무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여성 인권과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했고 이란 정부는 인권 활동가와 정치인, 언론인 등을 대거 잡아들이며 강경 진압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834명이 사형을 당했는데 이 가운데 히잡 시위 관련자 9명도 포함된다. 언론인과 작가, 예술가 등 49명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끌려가 수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란의 반인권 정책이 히잡 시위 이후 더욱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4월부터 이란 정부는 '누르(빛) 계획'이라는 사회 통제 정책을 추진했고 여성 복식 규제를 강화하고 여성 운동을 통제하려는 히잡·정숙에 관한 법률도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란 당국은 히잡 규정을 안 지키는 여성과 소녀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하고 있고 드론을 포함한 각종 장비를 이용해 공공장소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감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복식 규정을 안 지킨 경우 받는 벌금이나 징역형 등의 형량이 한층 가혹해지고 일자리나 교육 기회의 제한, 여행 금지 등 여성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률도 시행된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안보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성 활동가나 소수 민족 또는 종교 지도자에 사형이 선고되는 경향도 깊은 우려를 낳는다"면서 "형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 규명도 요원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란 정부는 시위 가담자에 대한 모든 처형을 중단하고 사형제를 폐지하라"며 "자의적으로 구금된 모든 이,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무조건 석방하고 시행을 앞둔 억압적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사단은 유엔 회원국들이 시위 진압에서 빚어진 반인도 범죄 책임자들이 자국 내에 있다면 보편적 관할권 원칙을 적용해 처벌하고 박해받은 이란 여성과 어린이에게 인도적 비자 발급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prayerah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4 00:2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