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적한 지방 소도시,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
19년 전 이곳 화학공장에서 큰 폭발 사고가 발생해 도시가 온통 흰색 가루에 뒤덮였다. 이후로 도시의 어두운 곳에서 인간이 아닌 것들이 발견된다.
웹툰 '코스모의 미로'는 1999년 근양이라는 지방 소도시에서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자 어린 학생들이 그 뿌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주인공 구나온은 어릴 적 근양에서 살았지만, 엄마가 죽기 직전 괴물로 변한 것을 보고는 서울로 도망치듯 이사했다.
이후로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나온은 결국 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고는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괴물에게 공격당하면서 자신이 본 것이 꿈도, 환각도 아닌 끔찍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 이곳 어른들은 괴물에 대해 알고 있지만 쉬쉬하기 바쁘다.
결국 나온과 소꿉친구 난새, 자울, 이든 등은 어른들이 말해주지 않는 미스터리의 근원을 찾아 도시의 밑바닥을 모험한다.
괴물 세계의 문을 연 수상한 연구소, 괴물을 막아내는 아이들, 괴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등장인물, 인간 세계와 닮았지만 어둡고 음습한 괴물 세계 등 주요 설정이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다만, '코스모의 미로'에서는 진실을 감추려는 어른과 파헤치려는 아이들의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어른들은 괴물로 변한 사람들을 격리병동에 가둬두고 공장에서 무리한 실험을 벌이며 괴물들을 도발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의 조력은커녕 방해를 헤쳐가며 괴물과 맞서게 된다.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헤매는 미로라는 공간이 매력적이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괴물 세계는 미로처럼 구성돼 있으며 마치 생명체처럼 점점 커지고 있다. 미로는 학교와 극장, 공장 등 근양 곳곳 지하 깊은 곳에 설치된 대피소와도 연결된다.
등장인물 이든은 미로를 오가며 빨간 실로 출구를 표시하는데 이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아리아드네와 닮았다.
점점 황폐해지는 지방 소도시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근양에는 순찰할 수 있는 경찰 인력이 단 두 명이며, 아무리 충원 요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온과 아이들은 19년 전 사고로 흰 가루가 잔뜩 쌓였던 모습을 스노우볼에 빗대는데, 마치 단단한 유리로 만든 스노우볼처럼 이 소도시가 폐쇄적인 곳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듯하다.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6 07:1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