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칼부터 무늬 벽돌까지…백제인의 마음 채운 '상상의 동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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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주박물관, 백제 문화 속 '용' 주목한 특별전 10일 개막

무령왕릉 출토 은팔찌 등 174점 한자리에…3D 영상으로 용무늬 '생생'

3D 고화질 데이터를 활용한 영상

3D 고화질 데이터를 활용한 영상

(공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9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백제 문화에 깃든 용의 의미를 조명하는 '상상의 동물 사전 - 백제의 용(龍)' 전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전시장 전경. 2024.9.9
yes@yna.co.kr

(공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은은한 불빛이 일렁이는 전시장. 책상 위에 두툼한 '책' 한 권을 올리자 벽면이 환해졌다.

눈앞에 등장한 건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칼.

약 1천500년 전 세상을 떠난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의 왼쪽 허리 부근에서 출토된 유물이다. 두 마리의 용이 교차한 모습이 화려한 금빛에 담겨 있었다.

반면, 왕비의 무덤에서 발견된 은팔찌 속 용은 머리를 뒤로 돌린 모습이었다. 혀를 길게 내민 채 꼬리를 둥글게 말았고 한 쌍의 팔찌에 한 마리씩 조각돼 있어 '왕의 용'과는 달랐다.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유물을 3차원(3D)으로 스캔해 펼쳐낸 영상은 눈으로 보기 어려운 용 문양을 자세히 비추며 특징을 소개했다. 화면 위에서 마주한 백제의 용이다.

백제 문화에 깃든 용의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10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상상의 동물 사전 - 백제의 용(龍)'을 통해서다.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열리는 전시는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 '무령왕비 은팔찌'를 비롯해 총 174점의 유물로 백제 사람들이 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본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상상의 동물 사전' 책이 펼쳐진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백제 왕비의 은팔찌

백제 왕비의 은팔찌

(공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9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공개된 '상상의 동물 사전 - 백제의 용(龍)' 특별전에서 공주 무령왕릉에서 툴초된 용무늬 은팔찌가 전시돼 있다. 2024.9.9
yes@yna.co.kr

나선민 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9일 열린 전시 설명회에서 "옛사람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신과 같은 존재를 믿었는데 그렇게 만들어 낸 존재 중 하나가 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용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 속 동물이다.

비와 바람을 일으키는 특별한 능력을 갖췄다고 여겼고, 지배자를 상징하는 존재이자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믿었다.

전시는 용의 머리 모양을 상상해 만든 용머리 조각, 용무늬를 새긴 목판, 용무늬 벽돌, 숙종(재위 1674∼1720)이 돌에 쓴 '용' 글씨 등 다양한 용 관련 유물을 소개한다.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용 유물 3종이다.

용과 봉황으로 장식된 고리 자루 큰 칼, 글자를 새긴 용 무늬 은팔찌, 받침이 있는 은잔 등은 모두 지배자의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용의 의미를 부각하는 것이다.

기존 전시와 달리 칼을 세워 두거나 팔찌 안 글씨가 보이도록 진열한 점에 눈에 띈다. 3D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영상과 함께 보면 유물을 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다.

백제 사람이 용을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주목한 전시지만, 주변 국가에서 용을 어떻게 다뤘는지 함께 다룬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백제 금동대향로 속 용 만져보세요"

"백제 금동대향로 속 용 만져보세요"

(공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9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공개된 '상상의 동물 사전 - 백제의 용(龍)' 특별전에서 백제 금동대향로의 받침 부분을 3차원(3D)으로 제작한 전시품이 놓여 있다. 20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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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는 금실과 금 알갱이를 이용해 화려하게 장식한 용 7마리가 돋보이는 유물이다.

경주 미추왕릉 앞에 있는 무덤에서 발견한 보물 '도기 서수형 명기'는 곳곳에 뾰족한 뿔이 달려 있고 혀를 길게 내민 모양이 독특하다.

백제 문화권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고리 자루 큰 칼 15점을 한데 모은 것도 눈에 띈다.

다만, 백제 금속 공예 최고의 걸작으로 여겨지는 국보 '백제 금동대향로'가 함께 전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금동대향로는 하늘로 치솟는 듯한 용 한 마리가 향로를 떠받드는 형태로 잘 알려져 있다.

강력하고 초월적인 존재 '용'

강력하고 초월적인 존재 '용'

(공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9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공개된 '상상의 동물 사전 - 백제의 용(龍)' 특별전 전시장 입구 모습. 20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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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측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향로의 받침 재현품을 제작해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이 용의 형태를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나 학예연구사는 "백제의 용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며 "용이라는 주제로 풀어낸 이번 전시를 통해 유물을 새롭게 바라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맞춰 용의 문화적 의미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회를 두 차례 열 계획이다. 매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 토요일에는 가족 체험 행사도 연다

내년 2월 9일까지.

전시장 전경

전시장 전경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9 15: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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