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상태 양호한 4점 재사용→원본 본떠 만든 새 현판 걸기로
"외부 노출 시 노후화 급격히 진행·기후변화로 인한 훼손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임금이 외국 사신을 만나던 공간인 경복궁 흥복전(興福殿) 권역에 옛 현판을 본떠 만든 새 현판이 걸린다.
2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궁능문화유산분과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흥복전 권역 현판 4점을 제작·설치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흥복전은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경복궁을 다시 지으면서 건립한 전각이다.
교태전과 함화당 사이에 있는 건물로 고종 연간에 이곳에서 독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온 외국 사신을 접견했다는 기록이 있다.
흥복전은 헌종(재위 1834∼1849)의 어머니이자 흥선대원군의 아들을 양자로 삼아 왕위에 오르게 했던 신정왕후 조씨가 1890년 승하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철거됐고, 2015∼2018년 약 3년간 공사를 거쳐 복원했다.
기와 약 7만5천장, 소나무 50여 그루 등을 사용해 흥복전과 동행각·서행각·북행각 등으로 구성된 권역은 복원했으나, 아직 단청은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당초 단청 작업을 하면서 현판을 설치하되,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현판 9점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4점은 보존 처리해 다시 쓸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물 상태와 최근 상황을 고려해 옛 현판을 모각(模刻·이미 있는 조각 작품을 보고 그대로 본떠 새김)해서 새로 만든 현판을 걸기로 방침을 바꿨다.
흥복전 권역 현판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지역목록에 등재된 '조선왕조 궁중현판'에 포함돼 있다.
궁능유적본부 측은 "2005년 말 복원 완료된 태원전 권역의 현판을 보면 외부 노출 시 현판 단청이 퇴색하거나 박리, 박락 등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도래하는 기후변화로 인해 유물 현판의 훼손이 우려된다"며 "흥복전 권역 현판 4점은 모각해 제작·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868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광순문'(光順門)·'태지당'(泰祉堂)·'적경문'(積慶門)·'옥화문'(玉華門) 등 현판 4점은 원본을 본떠 현판을 새로 만들게 된다.
현판을 제작·설치하는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올해 흥복전 권역의 단청 복원과 관련한 설계 용역을 진행한 뒤 내년부터 공사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후 현판 작업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2 08:10 송고